중앙언론 무차별 세확장의 부작용

입력 2000-11-02 14:06:00

'서울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은지 벌써 오래된 우리의 현실을 고착화시키는 요인들로는 권력과 돈의 서울 집중 그리고 그에 따른 인재의 서울 독점이 일반적으로 이야기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언론의 서울 독과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서울의, 서울에 의한, 서울을 위한' 완벽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서울의 관점에서 서울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춘 여론만이 주류를 이루게 되고 소외된 지방의 이야기는 언제나 소수가 돼 버렸다. 서울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공급되는 여론만이 정론(正論)이고 그에 반하는 지방의 소리는 '사이비'로 내몰리는 것이다. 심지어는 지방의 특성을 감안하고 지방 사람들의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는 때로는 '지역이기주의'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서울 중심의 언론 독과점 체제는 서울에 있는 소수의 몇개 큰 신문들에 의해 운영,유지되고 있다. 이들에 의해 국민의 눈과 귀가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과점 언론사들 앞에서는 공정거래의 원칙도 없고 최소한의 상도의도 없으며 오직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해 왔다.

이들 공룡과 같이 비대해진 서울의 유력 신문사의 지방 언론시장에 대한 무차별적인 잠식은 서울사람들의 논리를 지방에 전파하는 수준을 넘어 지방여론의 축소라는 부작용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같은 서울 언론사의 여론과점은 세계적으로 드문 현상이다. 우리가 가장 비슷하다고 하는 일본에서도 주요 거대 일간지의 시장 점유율이 높기는 하지만 한국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우리의 도에 해당하는 현(縣)에 따라 그 지방의 유력 신문의 시장 점유율이 60~80%를 차지하고 있어 그 지역 여론을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언론을 이야기 할 때 흔히들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은 우리의 현실과 더더욱 동떨어져 있다. 미국에는 우리처럼 전국을 휩쓰는 독과점 신문이 없다. 1천수백개의 지역신문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균형 발전하고 있다. 정론직필로 잘 알려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시카고헤럴드트리뷴 등도 모두 지역신문의 하나일 뿐이다.

서울의 신문사들에 의한 중앙집권적 여론 과점 체제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국민여론의 정상적 수렴과 전달을 위해 지방신문의 활로모색이 절실하게 대두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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