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전자화폐-발행주체

입력 2000-11-02 14:09:00

전자화폐는 누가 발행하나.오늘날 대부분 국가에선 중앙은행이 화폐발행의 독점적 권한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전자화폐는 누가 발행할까? 이와 관련해 한동안 흥미있는 추측이 제기된 적이 있다.

전자화폐는 기본적으로 컴퓨터의 소프트웨어고 컴퓨터회사나 카드회사 등이 전자화폐 개발사업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앞으로는 이들 전자화폐업자들이 은행업까지 손을 뻗치게 됨으로써 중앙은행의 독점적 발권제도가 무너지고 은행들이 저마다 자유로이 돈을 찍어내던 19세기 이전의 자유은행제도(free banking system)시대로 회귀할지 모른다는 내용이다.

아직까지 전자화폐의 발행주체에 대해서 통일된 의견은 정립돼 있지 않다. 이는 각 국의 경제체제와 금융제도 등에 따라 결정될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유럽국가들은 전자화폐의 발행주체는 은행으로 제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이나 전자화폐이용자의 보호문제, 통화정책상의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은행(또는 중앙은행)이 발행주체가 되는 것이 당연하고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입장은 다르다. 전자화폐의 도입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를 예상할 수는 있으나 아직은 도입초기 단계이므로 민간부문의 창의력과 자율적 경쟁을 유도하여 전자화폐의 발달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발행기관의 범위를 미리 제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단이 공동으로 추진중인 전자화폐인 K-캐시는 발행자를 은행과 신용카드사로 제한하고 있다.

참고로 유럽통화기구(EMI)는 전자화폐발행에 따른 중앙은행의 개입시나리오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전자화폐발행자의 파산(지급불능)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볼 때 전자화폐 발행은 은행이나 일정한 자격을 갖춘 신용있는 민간기관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장기적으로 볼 때 중앙은행이 현재의 화폐나 마찬가지로 전자화폐에 대해서도 독점적 발행권한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탁승호(한국은행 포항지점장·www.e-pay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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