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둘러싼 의혹들

입력 2000-10-30 00:00:00

장성환 유일반도체 사장이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에게 금감원 '로비용'으로 넘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조사결과 장씨는 지난 2월 정씨에게 시가 7만원인 유일반도체 주식을 2만원에 3억5천만원 어치(1만7천500주) 살 수 있는 BW를 무상으로 넘겼고, 정씨는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에게 자기 돈 10억원을 주고 로비를 부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이 BW의 실제가치는 12억2천500만원으로 정씨는 BW를 받고 장씨 대신 로비자금을 제공해준 셈이다.

그러나 장씨의 청탁이 전달된 경로와 청탁시점, 명목 등이 매우 복잡하고 불분명한데다 정·이씨외에 추가로 2명의 인물이 더 등장해 의문을 부풀리고 있다.

우선 장씨의 청탁이 이씨에게 전달되는 과정은 모두 3단계를 거친다.

장씨는 BW 발행과정을 자문한 컨설턴트 김모씨에게 BW를 건넸고 김씨는 다시 KDL 전 감사 김모씨를 통해 정씨에게 BW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BW는 정현준씨가 10억원 가량 빚을 지고 있던 컨설턴트 김씨에게 채무변제용으로 건네졌고 장 사장이 4개월후 6억여원에 되사들여 결과적으로 'U턴'한 셈이 됐다.

즉 BW가 '장씨→컨설턴트→KDL감사→정씨→컨설턴트→장씨'의 순으로 유통된 것이다.

그렇다면 장씨는 왜 간단하고 은밀한 현금을 놔두고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통해 로비를 시도했을까.

검찰은 장씨가 기업사정이 어려워 수중에 현금이 없었거나 수표를 발행해줄 경우 꼬리가 잡힐 염려가 있어 로비수단으로 BW를 택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 장씨의 청탁시점이 금감원의 경고조치 이후라는 점과 청탁명목이 불분명한 점도 의문이다.

장씨가 지난해 8월∼올 1월 금감원 조사총괄국의 조사를 받고 1월말 경고조치를 받고 난 다음인 2월에야 로비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장씨는 "컨설턴트 김씨에게 '금감원 조사가 잘 끝났으니 알아서 사례를 하라'며 BW를 줬을 뿐 정씨에게 전달된 과정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0억원이 넘는 채권을 남에게 넘기면서 그 정도로 어리숙한 청탁을 했을리는 없다는 점에서 장씨가 뭔가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은 진술이 명확치 않은 점을 감안, 장씨 영장에 제3자 뇌물교부 혐의를 적시하지 않고 보강조사를 통해 로비과정을 규명키로 했다.

또 이씨가 로비를 해줬다면 아무런 대가없이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정씨는 이와관련, "이씨가 금감원 사람들을 알 것 같아 부탁했다"고만 진술했으나 검찰은 이씨가 정씨로부터 별도의 커미션을 받기로 약속했거나 정씨의 묵인 아래 로비자금으로 받은 10억원 중 일부를 챙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다 이씨가 '배달사고'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조사결과 정씨는 1만7천500주를 살 수 있는 BW 중 2천500주 인수분은 자신의 몫으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씨가 검찰출두전에는 "이씨의 요청으로 10억원을 제공했다"며 이씨가 로비를 주도한 것처럼 주장했다가 검찰조사에서는 거꾸로 자신이 장씨 부탁을 받아 이씨에게 로비를 요청했다고 말을 바꾼 것도 밝혀져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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