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0억 최종 귀착지 추적

입력 2000-10-30 00:00:00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이 장성환 유일반도체 사장으로부터 이 회사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넘겨받은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금감원 로비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28일 소환돼 밤샘조사를 받은 장 사장은 "올 2월 한국디지탈라인의 김모 전 감사에게 '우리회사가 BW 발행 때문에 금감원의 조사를 받았는데 민원을 해결해달라'며 액면가(행사가격) 3억5천만원 상당의 BW를 넘겼고, 김씨가 정씨에게 BW를 주면서 부탁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작년 6월 M&A(인수합병)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총 30억원 상당의 BW를 실제 시세의 1/4∼1/5 수준으로 발행했던 장 사장은 BW를 저가 발행한 문제때문에 그해 하반기부터 금감원 조사총괄국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궁지에 몰리자 '민원할 곳'을 찾다 김 전 감사를 통해 정씨에게 청탁했다는 것.

따라서 정씨는 시가 14억∼17억원 상당의 유일반도체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채권을 장 사장으로부터 무상으로 건네받은 뒤 자기 돈 10억원을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에게 로비자금으로 제공했고, 이후 BW를 제3자에게 팔아 로비자금으로 준 돈 외에 수억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장 사장이 정씨에게 건네준 BW는 행사가격이 2만원으로 당시 8만~10만원짜리 유일반도체 주식 1만7천500주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이씨에게 건네준 로비자금을 충당하고도 이익이 남았다는 것.

이후 4개월동안 장 사장은 정씨가 받은 BW 중 일부를 시가로 따져 10억원 안팎에 다시 사들였다.

즉 베일에 가려있던 '금감원 10억 로비설'의 실체는 '유일반도체→정씨→이씨→금감원'으로 이어지는 '로비사슬'인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에따라 검찰은 당시 유일반도체 BW 발행 문제를 감사한 금감원 조사총괄국과 조사결과를 토대로 징계수위를 결정했던 결재라인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검찰은 장 사장의 BW 저가발행이 당시 법규에 직접 저촉되진 않지만 대주주가 지분확보를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행위란 점에서 금감원 조치처럼 단순경고에 그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중대사안에 경징계가 내려진 만큼 유일반도체의 로비가 결국 성공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금감원 조사총괄국이나 그 윗선이 금품로비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실제 로비를 주도한 의혹을 받고있는 이씨가 입을 열지 않고 있어 로비자금의 최종 귀착지를 확인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은 조사총괄국 직원들을 우선 소환, BW 발행과정과 이후 금감원 감사과정의 적정성을 따지는 한편 별도로 금감원 전·현 임직원들의 예금계좌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금품수수의 흔적을 샅샅이 확인할 방침이다.

또 이씨가 평소 친분관계가 있다고 자랑을 하고 다녔다는 금감원 간부들이 있는지 이씨 측근들을 상대로 추궁하고 있다.

이에따라 검찰이 우선적으로 추가 확인해야 할 로비의혹은 금감원 직원들에게 주식투자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8억1천만원 상당의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3분의 1가격에 넘겨 결과적으로 6억5천만원을 상납했다는 정씨 진술만 남아있다.

이외에 정씨가 장래찬 전 금감원 비은행검사국장에게 제공한 3억5천900만원의 투자손실 보전금은 장 전국장의 신병이 확보되기만 하면 곧바로 확인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씨가 주장한 로비의혹 중 가장 덩치가 큰 '금감원 직원들에 대한 현금 10억살포설'이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금고 검사 담당 임직원들에 대한 본격조사와 맞물려 금감원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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