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를 주도하는 통일부가 최근 보이고 있는 헷갈린 자세는 참으로 실망스럽다. 박재규(朴在圭) 통일부 장관은 한 대학연구원 주최 조찬 모임에서 북측이 일손 부족과 북.미관계의 급진전 등으로 "내년봄까지만 참아달라"고 요청해와 "이면양해각서를 받아놨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에따라 11월초와 12월초로 합의한 2차.3차 이산가족상봉도 12월과 1월로 순연하는 방안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박장관의 발언에 잇따라 북측이 양해각서를 보낸 사실은 없고 서면이 아니라 구두로 전해온 것이라 바꾸었다가 또다시 보도자료를 통해 "양해각서는 없었으며 북측으로부터 남북간에 기 합의된 구체적 사업까지도 감속하자는 공식요청은 없었다"고 번복했다.
전 국민이 북한측의 남북한 관계 일정이 지연되는데 대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장관이 느닷없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양해각서 얘기를 흘리는 것도 납득이 안되지만 말이 나오기 무섭게 통일부가 앞장서 상사인 장관 발언을 부인한 것은 더욱 이해키 어렵다.
우리는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통일부가 이처럼 내부 정리도 안된채 국민앞에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우선 불안감을 감출길 없다. 통일부측은 남북한 관계의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 진작 그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여 국민을 상대로 공식적인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특히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더욱 그렇다. 전 국민에게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그것이 바로 남북대화에 있어서 투명성을 요구하는 국민기대에 부응하는 길이었다.
그런데도 박장관은 무슨 연유인지 9월말 3차 장관급 회담때 일정 지연 얘기를 듣고 이제사 그것도 '슬그머니' 흘려보냈으니 도대체 남북관계의 중요성으로 미뤄볼때 책임 있는 사람이 할 노릇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박 장관이 설명한 지연 사유 또한 이해키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다. 북측 주장대로라면 앞으로 북.미관계가 계속 활발하게 돌아가면 그때는 남북관계는 별 볼일 없이 내팽개쳐서 무한정 연기돼도 좋다는 것인지 통일부의 심산이 무엇인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되풀이 되는 얘기지만 남북대화는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국민 앞에 한점 숨김없이 공개,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대화에 힘이 실린다.
정부가 남북대화를 이번처럼 쉬쉬하며 독주하다 제것 주고 북한으로부터 '수모'만 당하는 꼴이 되풀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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