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진전과 남북문제

입력 2000-10-26 14:18:00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23~25일 평양을 방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갖는 등 북.미 관계의 진전이 이뤄지면서 정부는 남북관계에도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 장관은 25일 오후 올브라이트 장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일본 외상과의 회담후 "정부는 북.미, 북.일관계 개선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고 아울러 남북관계의 진전이 미.일의 대북관게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의 다른 당국자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상호 보완적이며,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효과도 있다"면서 "북.미관계 진전은 향후 남북관계가 질적으로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좋은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인식은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는데 있어 한 축인 북.미관계가 풀리지 않을 경우 다른 한 축인 남북관계가 좋아질 수 없다는 논리와 북한이 대미관계 개선을 통해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상황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특히 이번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이 성사된 가장 큰 배경이 지난 6월 평양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기 때문이며, 따라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북.미관계가 급물살을 탈 경우 한반도 주변환경이 긴장상태에서 해빙의 상황으로 변화함에 따라 남북관계의 안정적 구도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대북정책에 관한 한.미.일 공조체제도 더욱 강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진전에 따른 북.일관계의 진전도 모색될 예정이어서 주변상황의 유리한 전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최근 북한이 남북간 합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지연시키고 있는게 혹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남북관계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남북경협 접촉과 경의선 복원 및 개성~문산 도로 개설을 위한 국방실무 접촉,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2차 상봉작업 등에서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한편,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한 접촉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같은 우려는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상관성을 오해한데서 비롯된 우려라고 일축하면서,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 등 굵직굵직한 행사 준비에 분주한 북측이 인적, 물적 부족으로 남북관계에 주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국자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시작된 북한의 변화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며 "북.미관계의 진전이 어느정도 정형화되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남북관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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