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입력 2000-10-26 00:00:00

중국 집안(集安)의 고구려 벽화 고분 무용총.

무용총이라 부르는 이유는 묘실의 동쪽 벽에 남녀가 대열을 지어 노래부르고 춤추는 장면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중국의 사서(史書)들은 흔히 우리 민족을 가리켜 "가무음주를 즐겼다"고 서술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뽕짝에서 랩에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노래를 즐기는 한국인의 노래열기를 단지 민족성으로 설명하려 드는 건 부족하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눈부신 경제성장은 철저히 문화를 희생으로 한 것이었다. 새마을 노래가 울려 퍼지는 경제건설의 현장에서 문화는 사치였고 놀이라는 단어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됐다.

그러나 인간이 놀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척박한 문화풍토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혹은 최저의 수고로 무엇을 택할 것인가? 그것은 노래였다. 이 노래의 열기가 노래방으로 옮겨져 지금은 전국 방방곡곡에 노래방이 없는 곳은 없다. 노래방은 손쉬운 스트레스 해소 장소로서, 또한 대중문화의 '수동적 소비자'였던 대중들이 '능동적 생산자'의 위치로 격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매력이다.

그러나 두세평 남짓한 밀폐된 공간에서 최첨단 영상반주에 맞춰 '가수' 노릇을 하는 노래방의 '인위적인' 요소라든지, 문화의 최소한의 의미인 '만남과 나눔'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래방의 의미가 축소돼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노래방은 일본에서 들어온 놀이문화로 그곳에선 점차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일본인들에게는 노래방을 대신하는 새로운 놀이가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면 지하철에서 추행하는 치한들을 위한 합법적 성추행 공간인 헬스클럽, 각종 성행위를 그림으로 묘사한 비화관(秘畵館), 성인 신체의 특정부분을 정교하게 제작하여 전시한 비보관(秘寶館), 테이블 위 여성의 치마를 부채를 이용해 들어올리는 놀이주점… 다소 이상스런 개인중심의 놀이문화와 함께 전통적 모듬놀이인 마쓰리(축제)가 공동체적 소속감을 극대화시키고 전 세계의 관광객을 끌면서 재정 자립도에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서로 다른 축제로 정서적 길트기를 해야할 때다. 기계나 성(性)이 흥을 돋우어 주어야만 일상의 삶에 대한 힘과 생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하나가 되는 놀이의 개발 같은 것 말이다. 혹시 잊고 있지는 않는지?. 숨바꼭질, 말타기, 꼬리잡기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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