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석학 프랑스 기 소르망 초청강연

입력 2000-10-26 00:00:00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이 대구를 찾았다.

경주 ASEM 학술회의에 참석한 후 25일 대구가톨릭대 초청으로 대구에 온 기 소르망은 25일 오후 1시40분부터 2시간여동안 대구가톨릭대 소강당에서 강연 했다. 이날의 주제는 '21세기 문화와 대학의 미래를 말한다'. 강연에 이어 참석자들과 토론 시간도 가졌다.

지정 토론자로는 대구가톨릭대 신창석교수(철학전공)와 이정옥교수(사회매체학부), 매일신문사 서상호주필, 윤선숙 대구가톨릭대 교지 '예지' 편집국장 등이 나섰다.

교명 환원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는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된 이날 강연회에서 기 소르망은 '세계화'와 '대학의 미래'에 대한 석학으로서의 견해를 밝혔다.

모두에서 "오늘날 대학은 전통적, 현대적 여러 모순에 빠져 있다"고 전제한 기 소르망은 "한국의 대학은 비판과 모순을 경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강연요지.

오늘날 대학은 지식의 유일한 원천이 아니다. 대학간 경쟁 뿐만 아니라 모든 지식기관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 와중에 인터넷은 정보를 얻는 가장 원천적인 수단으로 등장했다. 그렇지만 인터넷이 정보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은 지식전달의 정통성이 없다. 그렇다고 전통적으로 지식 보존의 장인 동시에 전달의 장이기도 했던 대학이 이런 모순을 극복해 나갈 준비가 돼 있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세계화는 현실이다. 대학은 지리적, 논리적으로 한계를 갖게 됐다. 오늘날 사이버 캠퍼스라는 개념이 나타났다. 그렇지만 사람들간 직접적 접촉을 없애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이 소수의 엘리트 층에 호소하고 세상의 소리와 떨어져 있었을 때에는 대학의 개념에 내재된 모순들을 비교적 잘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지적 조직체의 소수로 간주되는 대학은 이제는 다수에게 호소해야만한다. 대학은 더 이상 고립되어 있어서는 안되며 국내외의 다양한 지식 연구 토론의 근원들과 경쟁해야 한다. 대학이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문화는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영어는 오늘날 보편적인 의사 소통의 언어가 돼 있다. 우리는 이를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 일상적으로나 인터넷 상에서 실시간 자동 번역 서비스가 10년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런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영어를 배워야 한다. 현실은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날 세계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단지 과학뿐만 아니라 지식까지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한 과거의 지식은 새로운 탐구와 학문계열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 발전한다. 경제 또는 사회적 과학이나 생생한 언어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학이 이렇게 빠르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대학은 천천히 교육하고 사회변화의 속도는 빠르다. 현대사회는 속도가 필요해 질 수 있다. 대학도 변화해야 한다. 빠르지만 반복하는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은 지적 탐구의 장이다. 때문에 이런 도발과 모순, 그 자체에는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토론을 통해서만이 해결된다. 발전은 질문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누구나 진리를 모두 알고 있을 수는 없다.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면 배울 것이 있다. 서부유럽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세기에 걸쳐 대학이 토론의 문화를 일궈 왔기 때문이다. 동양은 이에서 뒤떨어져 있다. 21세기 대학의 최종적 사명은 최고의 지혜를 체험하면서 연마하는데 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대학의 모순에 대한 해결책이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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