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신초교 안영수 선생님

입력 2000-10-25 14:29:00

"어머니, 아이가 챙겨야 할 물건을 어머니가 챙겨 오시면 어떡합니까. 도로 가져가세요"

대구 동신초교 3학년5반 안영수(47·여) 선생님이 준비물을 잊고 등교한 아이를 따라 학교로 달려온 어머니를 나무란다. 아이에게 책임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선안됩니다!… 오냐 오냐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안 선생님의 교육철학. 안 선생님은 아이들의 일기장 검사에 유독 신경을 쓴다. "하루를 돌아보고 반성하지 않으면 못써요.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사회 일반의 문제라도 뭐든 생각해 보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럴 일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지요".

무작정 일기를 쓰게 하면 매일 똑같은 내용이 공책을 채운다. 그래서 선생님은 아이들이 생각을 끄집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방송수업 때의 소음, 교실 밖 화분에 심어 둔 배추, 아무렇게나 던져둔 젖은 걸레…. 주제는 얼마든지 있다. 물론 선생님이 제시한 주제를 일기에 반영하고 말고는 아이가 선택할 일이다.

선생님은 회초리를 두 개 갖춰 놓고 있다. 학습 지휘봉, 그리고 매. 그 두개를 따로 두는 것이 아이들 정서 안정에 훨씬 낫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안 선생님은 다시 태어나도 교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백 배는 더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의 표정은 어른의 얼굴을 그대로 닮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님과 선생님을 많이 닮는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은 학부형들의 표정에도 무척 관심이 많다.

3학년5반 교실엔 방과 후에도 아이들이 남아 있다. 집에 숙제를 봐 줄 어른이 없는 아이들이 선생님의 보살핌 아래 좀 힘든 숙제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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