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립오페라단 '아이다'

입력 2000-10-18 14:01:00

지난 13일과 14일, 대구야외음악당에서 열린 대구시립오페라단의 '아이다'공연은 종합예술인 오페라의 매력 아닌 마력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작곡자 베르디의 혼령을 불러들일만큼 고조된 예술성은 어쩌면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의 유명한 베로나의 야외극장 못지않는 분위기속에서 1만여명의 관객들로 하여금 음악적인 엑스타시(절정)를 만끽하게했다.

특히 마지막날인 14일의 공연엔 코발트색 밤하늘과 보름달이 야외공연장만이 가질 수 있는 자연의 정취와 예술적 분위기를 한껏 북돋웠다.

이번 공연에서는 각기 다른 세가지 장면이 거대한 신전뒤에 숨겨져 각 장면에서 이동식 무대위에 얹혀 레일을 따라 나오도록 무대장치가 설계됨으로써 야외공연장이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어 그 무대가 마치 실내오페라극장인 것처럼 보여졌다. 또 거대한 계단에 대한 다양한 변형은 이탈리아 베로나의 야외극장무대를 능가할 정도였다.

더욱이 이번 공연을 통해 확인된 것은 성악수준에 있어서 중앙과 지방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다 공연에서 드러난 대구 성악가들의 수준은 세계적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였고 메인 캐스트와 그외 배역들 사이에서도 실력차가 나지 않았다. 국내 오페라 가수들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대구시립합창단을 중심으로 120명의 자원봉사합창단이 참여한 것. 전문직업합창단과 아마추어 합창단의 수준차가 분명할텐데 어느 정도 화음을 이뤄낸 것을 보면 합창지휘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번 공연에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시기가 늦어 날씨가 좀 쌀쌀했다는 점. 시기를 좀 더 앞당겼다면 관객들이 더 편안했을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중심지를 보면 경제에 버금가는 문화환경을 갖고 있다. 이번 오페라공연에 대구시가 아낌없는 지원을 한것은 미래를 내다본 선진예술정책에 한걸음 다가선 것이라고 본다.

김원구(한국 음악평론가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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