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IBRD는 누구를 위해 있나

입력 2000-10-17 14:03:00

지난해 11월 미국의 시애틀.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뉴라운드가 곧 닻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예기치 않은 파도에 휩쓸려 좌초하고 말았다. 파도를 일으킨 이들은 세계의 비정부기구(NGO) 인사들. 이들은 예상을 초월하는 극렬한 저항으로 경찰과 극한상태까지 가는 상황속에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들은 이어 최근 프라하에서 개최된 IMF(국제통화기금)와 IBRD(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도 갈등을 재연하더니 20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아셈회의에서도 갈등의 불씨를 던지고 있다.

그들은 왜 IMF와 세계은행,선진국 중심의 금융질서를 '악'으로 규정하고 마치 십자군처럼 '성전'에 나서고 있는 것일까? '50년이면 충분하다'(케빈 대나허·월든 벨로 외 지음, 최봉실 옮김,아침이슬 펴냄,304쪽,1만원)는 그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세계은행과 IMF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국제경제가 소수의 특권층들을 위한 것이며 모든 이들이 잘 살게 하고 빈민들을 구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1944년 7월 브레턴우즈 회의 결과에 따라 창설된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과 발전을 위해 차관을 제공하는 일을 주로 해왔다. 때로 차관을 제공할 상황이 생기지 않자 차관 수요를 창출, 차관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60년대 식민지 경영에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포르투갈과 인종차별정책으로 악명높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차관을 제공, 도덕성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는 차관 제공후 거두게 되는 이자 소득으로 이어져 세계은행은 겉으론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금융사업을 하는 기관으로 전락한 것을 보여준다.

IMF의 역할도 마찬가지. 금융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대해 차관을 제공하면서 금과옥조처럼 '구조조정'을 요구한다. 이는 선진국 중심의 무역질서와 그에 따른 경제이익을 위해 거기에 걸맞는 경제체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은 북반구와 남반구 국가의 격차가 아니라 북반구 국가들의 지도층 및 중산층과 남반구 국가들의 소수 특권층이 결탁, 빈자들을 외면하는 것으로 이어져 가난한 이들을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세계은행의 관리들과 전문가들이 엄청난 봉급과 특권을 누리는데다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딱딱한 주제를 부드럽게 소화해내는 짧지만, 흥미있는 36개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세계은행과 IMF로 대변되는 50년간의 부조리한 국제경제 시스템을 끝내고 경제적으로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새롭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창출할 것을 강도높게 주장하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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