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제 멜라토닌 수면·인체리듬 조절 핵심

입력 2000-10-17 14:22:00

1996년 미국 아틀랜타 올림픽 관광에 나섰던 한국인들이 싹쓸이 쇼핑을 했다.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제였다. 당시 미국을 다녀가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귀국 선물용 제품이 바로 그것. 우리 몸의 송과선에서 자연 분비되는 화학물질인 멜라토닌이 세포를 늙지 않게 하는 불로장생제의 작용을 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비롯한 인체의 리듬을 조절한다. 송과선은 빛의 양에 따라 멜라토닌의 분비량을 조절한다. 망막에 도달하는 빛의 양이 줄면 분비가 많아진다. 그래서 어두워지면 잠이 오게되는 것이다. 빛이 많이 들어오는 낮에는 분비가 10분의 1로 떨어진다. 송과선은 하루하루의 길이 변화를 입력해 계절이 변하는 것을 우리가 알 수 있도록 해 준다. 일종의 천연 시계인 셈.

그러나 멜라토닌은 나이가 들면서 그 분비량이 감소한다. 자신의 신체가 얼마나 나이 들었는지를 송과선이 알아채면 멜라토닌 분비량이 줄기 시작하는 것이다. 또 그렇게 된 뒤에는 다른 체계에 생식적인 전성기를 지났다는 신호가 보내진다. 이점에 착안해 일부 과학자들은 40, 50대에 20, 30대 수준의 멜라토닌을 유지시켜 노화를 예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위적으로 멜라토닌 수준을 올려 우리 신체가 아직 젊다고 스스로 속게 하는 것이다. 최근 동물을 대상으로 한 몇몇 연구들은 멜라토닌이 수명을 연장시키고, 암 발생을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얻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 인공적으로 합성된 멜라토닌이 더 일찍 더 깊이 더 많이 잠들도록 해 노인들의 불면증 치료에 도움을 주고, 나이 먹은 동물들의 위축된 생활리듬을 향상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수면을 유도하고 인체리듬을 조절하기 때문에 멜라토닌을 노화예방처방으로 쓰기에는 장애가 있다. 주로 부작용이 없는 수면유도제 시차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사람의 정신을 지나치게 가라 앉히거나 졸리게 하고, 성호르몬 분비에 변화를 주는 부작용도 있으므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사람이나 임산부는 복용을 삼가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했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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