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엑스포 개막

입력 2000-10-17 14:34:00

"보험료만 3천만원 하는 옛 우리 은화에서부터 정사각형 태국 돈까지 그야말로 동서고금의 진귀한 화폐들을 모아놓았습니다"

한국은행 대구지점이 대구시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옆 행사 신축 기념행사로 열고 있는 화폐전시회가 화제다.

우선 1천600점에 이르는 세계 각국의 화폐를 멀리 가지 않고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드문 기회다. 지금까지 화폐전시는 서울의 한국은행 본점 상설전시장 및 대전의 화폐박물관을 찾지 않고는 접할 수 없었다. 이번 전시는 한국은행 창립 50주년 및 대구지점 행사신축을 기념해 마련한 것.

전시 자체도 비교적 체계적으로 꾸며졌다.

화폐의 기원과 발달, 제조과정 등 화폐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내용에서부터 화폐단위 변천사, 인물로 본 화폐역사, 최초의 화폐, 세계 각국 화폐 비교, 북한 및 사회주의 국가의 화폐 등 화폐의 이모저모를 재미있게 살펴본 것에 이르기까지 알차게 구성돼 학교 단체견학은 물론 어린이가 있는 가정의 나들이에 적합할 것 같다.

17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토요일은 낮 12시)까지 한국은행 대구지점 1층. 한은측은 시민들 반응이 좋거나 학교 등의 집단견학 요청이 많으면 공휴일 개관도 검토 중이다. 관람료는 없으며 문의는 053)429-0247.

다음은 전시실 도우미가 들려준 재미있는 화폐 이야기 몇 가지.

▨우리나라 화폐

-우리나라 최초의 은화는 상평통보 100개 가치에 해당하는 1량짜리로, 워낙 드물어 한국은행에도 2개뿐이어서 이번 지방순회 전시회에 보험료로 3천만원이 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념주화는 1970년 발행된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 기념주화'로 당시 100세트만 제조됐으며 현재 가치는 세트당 1억원을 상회한다.

-우리나라 화폐는 역사의 부침에 따라 수난을 같이했다.

1892년 고종황제는 백동화를 주조했는데 '대조선'이라고 새긴 국호의 대(大)자에 청나라가 시비를 걸어 결국 발행하지 못했다.

일본 제일은행은 1902년 우리 정부의 승인도 없이 1, 5, 10원권을 발행해 유통시켰다.

고종황제는 친러정책에 따라 화폐 도안을 일본의 상징적인 동물 쌍용에서 러시아의 상징동물 독수리로 바꿨으나 러일전쟁 중 일본이 모두 가져가버려 유통되지 못했다.

-우리나라 최단명 화폐는 24일간 유통된 백환권이다.

-우리나라 화폐는 처음 인물을 화폐 중앙에 위치시켰으나 화폐를 접으면 당시 도안으로 들어간 이승만 대통령 얼굴이 반으로 접힌다는 지적에 따라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

-우리나라 최초의 1만원권 지폐는 원래 석굴암과 불국사를 도안으로 했으나 종교계 반발로 변경됐다.

-우리나라는 세 차례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1950년 8월 28일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우리 화폐를 위조 유통시키자 이를 막기 위해 조선은행권을 한국은행권으로 하는 화폐개혁을 실시했다. 단위는 원(圓).

2차 개혁은 53년 2월 15일 인플레이션 차단을 위한 것으로 원(圓)을 환(園)으로 바꾸며 100:1 교환했다.

3차 개혁은 62년 6월 10일 환을 원으로 하면서 10:1 교환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지폐는 100% 면으로 만드는데 2천600번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을 만큼 강하다. 이같은 내절도는 독일의 3천300번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이며 미국은 2천500번, 캐나다 1천500번, 영국 1천번 등이다.

-못 쓰는 화폐는 과거 소각했으나 요즘에는 건축자재로 재활용하고 있다.

▨세계의 화폐

-북한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 화폐에는 한 명이 아닌 여러 사람을 도안으로 하는 특징이 있다.

중국 지폐에는 조선족 여인의 인물이 들어간 것도 있다.

-세계 화폐는 액면가에 따라 가로면이 커지는 한국.덴마크형, 가로 및 세로면이 동시 확대되는 영국.독일형, 액면가에 상관없이 똑같은 미국.캐나다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또 숫자 체계도 우리나라처럼 1-5가 반복되는 형 이외에 1-2-5형, 1-2.5-5형 등으로 나눠진다.

-화폐 도안은 인물이 위주다. 과거에는 신, 권력자가 많았으나 요즘엔 과학자, 예술가가 많다. 인물이 아닌 도안도 있는데 동.식물(뉴질랜드), 건축물(헝가리, 오스트리아), 배(포르투갈) 등이 요즘 많이 쓰이고 있다.

-프랑스 화폐에는 "위.변조시 처벌받는다"는 문구가 있고 미국 및 필리핀 화폐에는 '신을 믿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인도나 중국은 다민족국가답게 여러 언어를 사용한다.

-현재 통용되는 화폐 중 세계 최고 액면가는 터키의 1천만 리라인데 우리 돈으로 1만2천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

지금까지로는 1차대전 이후 만들어진 독일의 1조 마르크가 최고로 당시 가치로 1 달러였다고 한다.

-이스라엘, 스위스에는 세로형 화폐가 있으며 태국은 정사각형 화폐를 사용한다. 세계 최대 및 최초 화폐는 중국이 만들었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