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권력' 사직동팀 28년

입력 2000-10-17 12:08:00

서울 정부 세종로 청사에서 사직터널 방향으로 400미터쯤 가다가 사직터널을 못미쳐 오른 쪽 골목길로 접어들면 나타나는 하얀색 담장의 3층 건물. 사직동에 소재하고 있어 '사직동팀'으로 더 알려진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가 활동하는 안가(安家)다.

사직동팀의 뿌리는 70-80년대 명성과 악명을 동시에 떨쳤던 치안본부 특별수사대로 거슬러 올라간다.특별수사대는 지난 72년 6월 당시 김현옥 내무장관이 정석모 치안본부장에게 "미국의 FBI와 같은 조직을 만들라"고 지시함에 따라 설립됐다.

이후 특수대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비위에 대한 정보수집, 기업인들의 외화 해외도피 등 청와대의 직접 특명사항을 수사하며 막강한 힘을 휘둘렀다.

하지만 76년 권력집중에 대한 비판이 일자 당시 김치열 내무장관은 청와대 특명사건을 맡는 1대와 기획수사를 담당하는 2대로 분리했고 사무실이 위치한 장소에 따라 사직동팀과 신길동팀으로 불리게 됐다.

특수대는 이후 80년 신군부가 집권한 뒤 합수부 5국으로 잠시 통합되면서 더욱 악명 떨쳤다. 김종필, 이후락씨 등 정치인 고문, 80년 10.27법란 때의 승려 고문 등이 이곳에서 자행됐기 때문이다.

다시 일반에게 실체가 드러난 것은 지난 81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부친의 부탁으로 지압사를 고문조사한 사건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부터. 또 83년에는 한일합섬 김근조 이사 고문치사 사건으로 무소불위의 수사가 다시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 특수 2대는 특수수사과로 명칭이 변경됐고 신길동 사무실도 폐쇄됐다.

하지만 특수 1대는 이름만 조사과로 바뀌었을뿐 사직동 사무실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청와대 직속으로 존속됐다. 그후 활동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97년 대선 당시 DJ비자금 수사와 관련한 파문이 확산되면서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98년 정권 교체 후에도 옷로비 사건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지난해 해체가 검토됐으나 유야무야됐고 올해 다시 한빛은행 불법대출과 관련해 입방아에 오르내리다 해체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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