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마침내'란 몇 차례의 수상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결정적인 순간에 최종 수상자로 결정되는데 실패했음을 뜻한다. 혹자는 15년 동안 계속해서 평화상 수상자 후보로 올랐다고 하여 15전(戰) 16기(起)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정말 오랜 기간의 기다림 속에 얻은 결실이다.
김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당연히 축하를 받고, 우리 모두가 그 기쁨을 김 대통령과 함께 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 김 대통령이 그 동안 살아온 삶의 역정들을 살펴보면 당연한 귀결이며 보상이라 아니할?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다고 해서 우리 민족의 영광이라거나,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말하는 것은 자아도치며, 착각이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김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것 그 자체는 역설적으로 말해 우리 한국 사회의 어둠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박정희 정권 아래에서의 투쟁과 납치, 전두환 정권 아래서의 곤욕, 남과 북의 대치 속에서의 기나긴 세월…. 이 모든 어둡고, 혼란스러움이, 그리고 그러한 현실에 굴하지 않은 끊임없는 투쟁이 김 대통령의 삶 하나 하나에 점철되어 있음을 우리는 본다. 또한 이러한 삶의 역경이 김 대통령으로 하여금 노벨상을 수상토록한 원인(原因)이 되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우리 민족사회의 어둠은 망각한 채, 흥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차분히 생각해 봐야 한다. 좀 더 역설적으로 말해서 김 대통령과 같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우리 민족들 중에서 나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이러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인도에서 돌아가신 테레사 수녀나, 아프리카에서 인술(仁術)을 펼친 슈바이처 박사와 같이 우리 민족의 문제나 사회의 문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더 큰 차원의 인도정신을 발휘하여 다른 민족, 다른 인종을 위해 봉사하여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한국인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고대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노벨 평화상 수상이 진정 우리 대한 민국과 우리 한민족(韓民族)의 기쁨이며, 영광이라고,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더 높아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창현(독일 아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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