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쓰레기' 수법 다양화,억울한 피해자 속출

입력 2000-10-16 12:02:00

대구 송현 1동 삼일호텔뒤 다세대주택에 사는 주부 최모(38)씨는 지난 14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전날 밤 100ℓ들이 규격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버렸는 데 단속반원이 찾아와 과태료 10만원을 물으라고 추궁을 해댔기 때문. 밤새 누군가가 쓰레기를 쏟아내고 봉투만 훔쳐간 것 같다고 아무리 사정을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은 과태료를 물었지만 주변에 양심 불량으로 비쳐진 게 더 억울하고 분했다.

각 가정의 쓰레기 규격봉투 사용 의무화 이후 나타난 얌체족들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아무리 단속반이 설쳐도 △들통날 만한 증거를 없앤 뒤 비규격봉투로 버리기 △청소차 오기전 규격봉투 훔쳐가기 △ 규격봉투속의 내용물을 덜어내고 자신의 쓰레기 몰래 넣기 등의 양심 실종 사례들이 늘고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약봉지, 편지봉투, 신용카드 영주증, 세금고지서 등 인적사항이 적힌 서류물을 철저하게 골라내고 일반 비닐 봉지에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증거없애기 수법이다.

동구청의 경우 이같은 사례가 하루 2~3건꼴로 발생하고 있으나 증거가 없어 적발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주로 야음을 틈타 50ℓ(봉투가격 1050원), 100ℓ(2080원) 등 대형봉투만 골라 훔쳐가고 있으며 인적이 드문 골목길, 시장 등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남이 버린 규격봉투에 담긴 내용물을 들어내고 자신의 쓰레기를 채워넣는 '치사한' 시민들도 적잖다.

이 바람에 각 구청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적은 단속반원으로는 잠복 등을 통한 현장적발이 어려워 선량한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동구청의 경우 올들어 9월말 현재 쓰레기불법투기 과태료 부과가 2천79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천 100여건에 비해 30% 이상 급증했지만 단속이 어려운 점 때문에 불법 사례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북구청도 전체 쓰레기발생량의 10%정도가 불법투기 쓰레기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같은 쓰레기불법투기는 해마다 늘지만 과태료 납부는 최근의 경제난으로 저조, 동구청의 경우 올해 과태료 납입률이 50%에 그쳐 3년전 60%수준을 밑돌고 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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