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동서 화합의 새로운 출발점',김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의미

입력 2000-10-14 12:01:00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인고의 세월속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피워낸 김 대통령 한 개인의 영광을 넘어 21세기 벽두에 분단의 땅 한국에 날아든 민족적 낭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수십년간 숱한 고초와 만난(萬難)속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김 대통령 개인과 지난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지구상 최후의 냉전지대인 한반도에 평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데 대한 국제적인 공인이라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가 이날 김 대통령의 수상자 선정사실을 발표하면서 "김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남북한 평화를 위해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사유를 적시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특히 김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은 몇차례 죽음의 고비를 맞기도 했던 온갖 박해와 탄압속에서도 신념을 꺾지 않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한 공로에 대한 보답이라는 점에서 국가적 가치의 정립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지난 63년 6대 국회 진출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30여년간 줄곧 험난한 야당의 길을 걸으며 도쿄 납치살해음모 사건과 가택연금, 투옥, 사형선고 등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화와 인권 수호에 앞장서왔다.

노벨 평화상 수상의 또다른 배경은 전쟁과 대결, 갈등의 역사로 점철돼온 분단 55년의 민족사에 화해.협력과 긴장완화, 그리고 통일에의 가능성을 연 한반도 평화노력이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취임 후 '적화통일도 흡수통일도 배격하고 민족간 평화공존을 도모한다'는 취지의 대북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추진, 지난 6월에는 역사적인 평양방문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민족평화의 새 장전인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 냈다.

이번 수상으로 김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불굴의 정치인이라는 차원을 넘어 진정한 국제적 지도자의 반열에 당당하게 오르는 또다른 신화를 창조해낸 셈이다.

김 대통령은 불굴의 의지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데 이어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함으로써 생애의 절정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이제 남은 재임기간에 노벨상 수상의 계기가 된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남북 화해협력 및 평화를 더욱 공고하게 다져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특히 지난 94년 중동평화협상을 타결한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평화상을 공동수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춰봐도 오랜 적대관계에 놓여있었던 한반도 긴장완화와 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작업은 결코 쉽지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김 대통령은 이제 정권을 장악한 특정 정파의 수장이라는 차원을 넘어 온 국민의 존경과 흠모를 받을 수 있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남은 재임기간을 마무리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김 대통령은 21세기 국가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일 외에도 그동안 '망국병'으로 지적돼 온 지역 대립의 벽을 허물고 국민대화합을 이뤄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수행, 국내외적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는 과제도 동시에 떠안게 됐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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