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간접 고용주 역할

입력 2000-10-10 14:29:00

80년대 후반,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수 있는 대구지역의 일부 섬유업체는 임금이 턱없이 낮은 '짠돌이 회사'로 유명했었다. 지난 88년 8월 당시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월 11만1천원도 안주는 노동관계법 위반 업체였다. 규모가 그런대로 큰 회사도 이 수준을 겨우 넘어서는 형편이어서 대구지역 섬유업체의 임금은 전국 다른지역에 비교할때 열악한 상태를 면치 못했다. 당시 노동청은 매년 이들 업주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최저임금법위반으로 입건 했지만 개선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에 관련한 법규정은 지난 54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부터 명문화된 것이다. 그 이후 역대 정권이 수없이 약속한 공약사항이기도 하지만 88년에 와서야 처음으로 도입했었다. 당초 10인 이상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이 제도가 올해 9월부터 상시근로자 4명이하의 모든 업종의 소규모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도 이 혜택을 받도록 해 수혜 폭을 넓혔다. 이런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위한 제도적 장치를 일종의 '간접 고용주'역할로도 본다. 정부가 노동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노동계약과 노동관계를 실질적으로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기관등이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이 제도를 악용, 청소등 각종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반업체들도 될수 있으면 피하는 최저임금을 고수하고 있어 충격적이다. 서울지하철공사.국민체육진흥공단.대검찰청등은 매년 9월부터 적용해야하는 최저임금인상분 반영까지 회피하고 있다는 보도이고 보면 '간접 고용주'역할을 내 팽개쳤다는 비난도 받는다. 노동부가 이런 제도상의 허점을 감안해 정부 각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등에 적극협조를 요청하는 공문까지 보냈지만 예산을 핑계로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노동자 한사람이 받는 임금을 '가족임금'이라고도 부른다. 그만큼 기본적으로 근로자 자신과 그가족의 생계와 최소한의 인간다운 품위를 지니며 살수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42만1천490원 수준의 급로로는 생계비 충족은커녕 자녀양육, 교육 등은 엄두도 못낼 형편이 아닌가.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존차원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선책은 필요하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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