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어지럼증이 생기면 환자들은 먼저 "뇌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중풍이 아닐까" 걱정한다. 특히 50대 이후에 발생하면 중풍이 아닌가 불안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이래서 환자들은 그 비싼 CT니 MRI 같은 검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어지럼증 환자들은 그러고도 무슨 병인지조차 알아내지 못한다. 드디어 주위 충고에 매달려 좋다고만 하면 약이란 약은 다 먹어 보지만, 그것 역시 허탕이기는 마찬가지.
물론 중풍이 와도 어지럼증은 생긴다. 뇌간으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면 전정 신경핵에 영양과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어지러운 것이다. 비틀거림과 한쪽으로 넘어지려 하고 물체가 두개로 보이거나 얼굴에 저린 느낌이 오는 등 각종 신경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주위가 빙빙 돌거나 비틀거리면서 구역질이나 구토를 동반하는 어지럼증은 뇌보다는 귓속(내이·內耳)에 있는 세반고리관 이상이 대부분인데, 이중 가장 흔한 것이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이다. 이 긴 이름은 머리나 몸의 위치를 갑자기 바꿀 때 그런 어지럼증이 생긴다고 해서 붙여졌다.
이 증상은 잠자리에서 돌아누울 때, 누웠다 일어날 때, 혹은 앉은 상태에서 누울 때에 느끼는 경우가 많다. 몸을 구부렸다 일어설 때, 선반에서 물건을 꺼내려고 올려다 볼 때, 머리를 감을 때, 급히 머리나 몸을 돌릴 때 등에도 비슷한 증상을 느끼게 된다.
어지러움은 보통 아침에 더 심하고 오후에는 가벼워진다. 눈동자 떨림(안진)도 동반돼 보통 30초 이내에 끝난다. 그러나 그 후로도 환자는 빙빙 도는 증상이 아닌 분명하지 않은 어지러운 느낌을 몇 시간 내지 하루종일 느낄 수 있다.
귓속 세반고리관 안에는 물과 같은 림프액이 들어 있고, 회전을 하면 이 액이 흐른다. 이 흐름을 센서가 감지해 회전감을 느끼게 된다. 직선운동에 관여하는 구조물인 난형낭에는 정상적으로 돌조각 같은 센서가 있는데, 어떤 원인에 의해 이것이 느슨하게 돼 세반고리관 내로 떨어져 나가게 되는 수가 있다. 이 돌조각이 세반고리관 내에서 중력의 영향을 받아 림프액의 흐름을 유도하므로 심한 어지럼증(회전감)과 구토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어지럼증은 반고리관의 돌조각을 난형낭으로 원위치 시키는 '반고리관 결석 정복술'이라는 5분 정도의 특수치료로 치료할 수 있다. 치료의 성공률도 95%다.
오희종신경과원장(ohhj@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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