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다시 '암흑속으로'

입력 2000-10-09 14:25:00

중동 사태가 통제 불능의 위기 상황을 보이고 있다. 이미 2차례에 걸쳐 휴전 합의와 충돌 재개를 반복해 온 가운데 지난 7일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측 '요셉의 묘'를 파괴, 양측이 감정적으로 흐르면서 한때 전면전 상황으로까지 악화됐다. 이번에도 양측은 다시 8일 휴전에 합의했으나, 역시 그 이후에도 충돌은 재발하고 있다.

◇7일 요셉의 묘 사건 = 지난 6일까지 86명의 사망자를 냈던 양측 충돌은 7일의 요셉의 묘 사건으로 최악으로 번졌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의 나블루스에 있는 이 묘에서 전격 철수를 결정, 통제권을 팔레스타인측에 넘겼다. 이 묘는 나블루스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이스라엘군의 통제를 받아 옴으로써 팔레스타인의 철수 요구가 잇따르는 등 양측 대립의 상징으로 부각돼 왔다.

이스라엘은 1965년 중동전쟁 때 나블루스를 점령했다가 30년만에 팔레스타인에 넘겨 줬으나 요셉의 묘만은 지금까지 직접 관할해 왔다. 유대교나 이슬람 모두로부터 성지로 받들어져 왔다.

여기서의 철군은 이스라엘의 첫 '영토 포기'여서, 자국 우익으로부터도 엄청난 반발을 샀다. 철군 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으로부터 묘 경계를 약속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철군 직후 팔레스타인 무장 민병과 시민들은 곧바로 묘 경내로 쇄도해 들어갔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이 확성기로 난입을 제지했으나 실패했으며, 난입자들은 "우리는 크게 승리했고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외쳤다. 이들은 또 "유대인이 다시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며 과격단체 하마스의 깃발을 내 건 후 건물과 벽을 부수는 등 심하게 유린했다.

◇UN의 이스라엘 비난 결의 = 이런 와중에 유엔 안보리는 같은 날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과잉 진압을 비난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성명은 "이스라엘 강경파 샤론의 동예루살렘 이슬람 성지 알 아크사 사원 방문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이로 인해 충돌이 촉발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는 그동안 이스라엘 비난을 막아 오던 미국 대표가 기권했다.

◇전면전 경고 = 상황이 악화되자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비상 각료회의를 열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수반에게 최후통첩을 보내고, 유혈사태를 48시간 내에 종식시키지 못하면 이스라엘군이 총력 대응할 것이며, 평화협상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곧바로 전시체제에 들어가 방어에서 선제 공격으로 전략을 바꿨다. 또 레바논 접경, 팔레스타인 지역 등으로 군사력을 증파했으며, 공격용 헬기를 팔레스타인 지역에 파견해 군사물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팔레스타인이 최근 열었던 공항도 강제 폐쇄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거부 의사를 천명했다. 공보장관은 "바라크가 이번 사태를 악용, 평화 과정을 중단시키고 정치적 기반 확충을 위한 거국내각을 구성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보안군과 경찰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이스라엘은 첨단 전투장비로 대응하는 반면, 팔레스타인은 자살 테러 등에 의존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스라엘은 현역 18만명 등 60여만명의 병력과 최첨단 전투기, 위성 스파이망, 독특한 미사일 기술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3만명 정도의 경찰력이 전부이고, 50만명 병력을 갖춘 레바논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6천명 정도의 자살 특공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과도 분쟁 =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의 분쟁은 지난 7일부터 레바논 쪽으로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레바논 남부에서 활동하는 게릴라단체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레바논 남부 쉬바의 이스라엘 전초기지를 로켓포과 박격포 등으로 공격한 뒤 순찰 중이던 이스라엘 군인 3명을 납치했다. 게릴라들이 레바논에서 최근 14년간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헤즈볼라는 이들을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돼 있는 게릴라 지도자 및 단원들과 교환하자고 요구했다.

이곳에 사는 팔레스타인 난민 수백명도 이날 돌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으며, 이에 이스라엘이 발포해 2명이 숨지고 15명 이상이 부상했다.

◇휴전 재합의 = 상황이 악화된 뒤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군의 충돌도 계속돼 7, 8일 이틀간 또 5명이 사망해 사망자가 91명으로 증가했다. 이스라엘도 군인이 피습돼 숨지는 등 적잖은 인명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이 닥치자 양측은 8일 다시 접촉, 가자 지구에서의 즉각적인 충돌 중단에 합의했다. 합의는 현지 책임자들 사이에 이뤄졌으며, 이스라엘군 현지 사령관은 "이 합의가 실행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자유로운 군사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합의 발표 후 팔레스타인측은 시위대를 철수시키기 시작했으며, 재진입했던 이스라엘 탱크들도 전부 철수했다.

또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양측 안보 담당자들이 평화를 위한 회담을 가졌다고 발표했으며, 내일(10일)은 미국이 양측 정상회담을 이집트에서 갖도록 할 것이라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오늘(9일) 텔아비브에서 양측 정상을 만날 예정이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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