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민중 민주주의 쟁취

입력 2000-10-06 00:00:00

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코스투니차가 5일 유고 정국을 장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로써 이날 최대 고비를 맞았던 유고 사태는 또다른 상황으로 진입했으며, 현재까지도 행방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밀로셰비치가 어떤 형태로 재반격을 시도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민중의 힘=밀로셰비치에게 5일까지 퇴진하라고 요구하면서 야당이 이날 총궐기토록 호소한 뒤 시민들은 베오그라드에서만 30만명이 운집해 연방의회 건물에 진입했으며, 또 다른 시위대는 국영 TV방송사(RTS)를 점령했다.

의사당 진입에 성공한 시위대는 세르비아 깃발과 야당(세르비아 민주야당, DOS)의 깃발을 들고 의사당 유리창에서 건물 밖의 시위대를 향해 환호했다. 의사당 유리창에 붙어 있던 밀로셰비치의 초상화는 땅에 떨어졌다. 현관 홀에서는 불이 났고, 의사당 근처에 있던 경찰차량 5대를 포함, 최소 7대의 차량이 불길에 휩싸였다. 경찰이 최루탄과 곤봉을 이용해 진압에 나서 시위대 5명 이상이 부상하기도 했으나 경찰 일부는 곧 시위대에 합류했다.

또 다른 시위대는 국영 TV 방송사를 점령했다. 시위대는 불도저를 앞세워 건물 벽을 무너뜨린 뒤 안으로 진입했다. 경비 경찰 대부분은 도망쳤고 일부는 시위대에 합류했다. 한때 모든 방송이 중단됐으며, 스튜디오B 방송사도 시위대에 의해 장악됐다.

베오그라드는 이날 야당의 시위 요청에 부응해 주변 도시 등에서 차량을 이용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몰려든 30만명 이상의 시위 인파로 메워졌다.

시위에서 지금까지 소녀 1명이 숨지고 최소 100명 이상이 총상 등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야당의 국정 장악=유고 야당 지도자 코스투니차는 5일 "세르비아가 밀로셰비치의 지배로부터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베오그라드 도심에 운집한 수십만 군중을 향해 "내가 유고의 대통령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새로 선출된 상하원 의원들의 합동 총회를 한국시간 6일 새벽 4시 소집했다.

연설에서 코스투니차는 "우리는 밀로셰비치 정권의 마지막 순간을 보고 있다. 세르비아에 민주주의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또 "공산주의는 몰락하고 있다. 몰락은 시간 문제다"라고 단언했다.

그동안 밀로셰비치의 충실한 나팔수 역할을 해 온 관영 탄유그 통신도 이날 "코스투니차는 유고의 선출된 새 대통령"이라고 공식 호칭했다. 이날 상황과 관련해 미국 백악관 역시 "밀로셰비치가 국내 상황 통제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유고 헌법재판소장은 지난달 24일 치러졌던 1차 대통령 선거는 무효라고 선언하고 조만간 재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헌재의 결정을 비난했다.

◇밀로셰비치의 행방=코스투니차는 연설에서 "밀로셰비치는 호화 자택에서 도망쳤다"고 주장했으며, 그가 소속한 야당 관계자도 "그가 이미 자택으로부터 도망쳤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밀로셰비치가 부인과 함께 도피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이에 대해 미 국무부 대변인은 "그가 아직 베오그라드는 떠나지 않은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밀로셰비치가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현지시간 5일 오후 8시20분쯤 AN26 군 수송기 3대가 베오그라드 군 공항을 이륙한 것으로 알려져 그와 측근들의 탈출설이 나오고 있다.

야당 지도자인 조란 진지치는 그가 "벙커에서 반격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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