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오늘 대구집회

입력 2000-09-29 12:14:00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간 공식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여야가 29일 각각 '본회의 개최'와 '대구 장외집회'로 기싸움을 계속한 가운데 빠르면 내주 초 국회 정상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회 정상화의 지연으로 여야의 정치력 부재에 대한 국민적인 비판 여론을 더욱 드세질 전망이다.

집회 참석 차 대구에 내려온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회를 방치하지 않고 반드시 국회에 들어가 민생을 살피겠다"고 등원 의지를 밝혀, 대구집회 후 국회등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선거부정사건 등 현안의 조사방법 및 여야 영수회담 등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된 여야 총무간 접촉이 주말쯤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비공식 채널을 통한 막후 교섭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이 총재의 등원가능성 발언과 관계 없이 예정대로 29일 오후 대구 두류공원에서 '김대중 독재정권 범국민 규탄대회'를 개최, 정부여당의 국정난맥상을 집중 비판하고 한빛은행 불법 대출사건 등에 대한 특검제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특히 이회창 총재는 영수 회담 무산과 관련 "김 대통령이 독재화의 중간과정을 걷고 있다"며 "경제 실정 책임자 문책과 대북 정책 제고, 국회법 날치기 사과"등을 요구하며 대여 투쟁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 총재는 이어 "현 정부 이후의 공적 자금 실태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경제 파탄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주장한 뒤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재동의를 받아라"고 밝혔다. 이 총재와 참석 당원들은 이날 오후 4시 집회를 마친뒤 명덕네거리까지 4km 구간에서 가두행진을 벌였다.

한편 한나라당이 장외집회를 강행한 29일 민주당은 자민련 및 민국당,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열고 이달 말로 파견 기간이 끝나는 '국군부대의 유엔 동티모르 과도 행정기구 파견연장 동의안'을 처리했다.

徐泳瓘기자 seo123@imaeil.com

李宰協기자 ljh2000@imaeil.com

마지막 장외집회 대구대회

'썰렁한' 민심에 초조한 한나라당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당 지도부는 집회를 앞두고 28일 대구로 대거 이동했다. 대구집회가 사실상 마지막 장외투쟁으로 간주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김기배 사무총장은 대구.경북 의원 20여명과 함께 오찬을 함께 하며 전력을 가다듬었으며 당 지도부는 밤늦게까지 회의를 거듭하며 '대구 집회' 성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 총재도 이날 밤부터 29일 오전까지 공식 일정을 모두 비운 채 원고 작성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대구집회를 앞둔 한나라당의 모습은 초조하다. 당 내외에 직면한 악재들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우선 우방 부도 등 민생 파탄에 따른 대구 민심 분위기가 야당의 '장외 집회'를 '정쟁 집회'로 보며 호의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이 총재를 대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예전과 달랐다.

이날 오후 전단을 들고 칠성시장과 동아백화점에 나타난 이 총재에게 보낸 시민들의 반응은 '썰렁함'이 감돌 정도. 간혹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지만 이 총재는 곳곳에서 '냉소와 무관심'한 표정들과 마주쳤다.

따라서 이 총재도 '현정부 실정에 강한 경고를 보낼 곳은 대구 뿐'이며 '어쩔 수 없는 장외 투쟁'임을 강조하며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다 이날 오후 늦게 전해진 박근혜 부총재의 대구대회 불참 소식은 당 지부도를 더욱 당혹케 했다.

하루 종일 박 부총재 행보에 신경을 기울이던 지도부는 대회 참가 결정 유보 입장을 보이던 박 부총재가 결국 불참쪽으로 방향을 잡자 '결국 일을 냈다', '해당 행위자'라며 비난하면서도 대구대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며 대책을 숙의했다.

비난을 감수하며 대구 집회 강행으로 나선 한나라당으로선 오히려 대구집회 이후가 더 부담스럽게 됐다.

李宰協기자 ljh2000@imaeil.com

박근혜 부총재 대구집회 불참

대구집회를 앞두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직격탄을 맞았다. 장외투쟁을 끝내고 국회에 들어가자고 주장하던 박근혜부총재가 집회를 하루 앞둔 28일 불참을 선택함으로써 이회장 총재 등 당 집도부를 안절부절하게 만들었다.

대구집회에 총력전으로 나선 이 총재 주변에서는 대구 출신 경선 부총재인 박 의원의 불참으로 TK지역에 대한 이 총재의 영향력이 감소될 것이라는 시각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것.

박 부총재는 28일 오후"영수회담을 거절한 민주당에도 책임이 많지만 민생문제 앞에는 여야의 힘겨루기가 의미가 없다"며 "참석 여부를 놓고 고민했지만 소신대로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이날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 부총재가 "참여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영수회담을 거절한 여당에도 정국 파탄에 많은 책임이 있다"고 말한 점을 중시, 여러 채널을 통해 집회참석을 권유했다.

27일 이 총재가 직접 전화를 걸어 집회 참석을 부탁한데 이어 28일에는 주진우 총재비서실장과 권철현 대변인 등 당직자들이 "오해를 풀어 달라"며 읍소작전을 펴기도 했다. 또 박 부총재의 참석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집회 일정에 박 부총재의 민생파탄을 주제로 한 규탄사를 잡아 놓고 행사 프로그램까지 배포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의 이런 노력에도 박 부총재는 끝내 이 총재측의 부탁을 뿌리침으로써 향후 양자간 갈등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박 부총재측은 대구집회가 당론임을 의식, 부산집회와 마찬가지로 대구집회에도 지구당원들은 동원키로 했다. 이 총재측과 정면 충돌은 일단 피하겠다는 것이다.

朴眞弘기자 pjh@imaeil.com

"여당의 오만 대구에서 바로잡아야..."

이회창 총재 기자간담회에서 강조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두류공원 장외 집회를 하루 앞둔 28일 대구를 찾았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파크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참으로 (장외집회를)안했으면 하는 절박한 심정을 갖고 왔다"며 "부실한 구조조정과 의료 대란으로 민생이 파탄에 빠져 있으나 지금 여당의 오만을 바로 잡지 못하면 국회도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장했다.

또 "대구는 여권과 김대중 대통령에게 가장 강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장소며 이번 대회는 정부의 반성을 위한 집회"라며 대구 대회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여당, 특히 김 대통령에 대한 비난 강도를 한층 높였다.

29일 집회 이름도 '민생파탄 규탄대회'에서 '김대중 독재 정권 규탄대회'로 바꾸었다. 또 "민생을 위해 조건 없는 영수회담을 제의했지만 이마저도 거부했다"며 "김 대통령의 오만함이 국정을 파탄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국회를 방치하지 않겠다"며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등원가능성을 시사했다. 덧붙여 경제 문제와 권력형 비리 해결을 위해 국회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우방 부도 등 지역 경제 상황이 안좋고 장외 투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만만치 않다

▲대구집회를 피하고 빨리 국회에 돌아가기 위해 조건없는 영수회담까지 제의했으나 절차상의 문제로 거부 당했다. 과연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장외집회는 도탄에 빠진 민생을 챙기기 위해서다. 대구집회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국민의 힘을 모으기 위해서다.

-새로운 정치력을 보여줄 생각은 없는가.

▲현 정부가 집권 중반을 넘어섰으나 제대로 갈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법 날치기와 선거수사 조작을 비롯 영수회담조차 거부하는 등 현 정부는 독재화로 가는 중간에 있다. 3김 정치의 구태를 청산하고 국민에게 정치 역량을 보여주겠다.

-대구집회 불참을 선언한 박근혜 부총재의 행보에 대한 견해는

▲박 부총재는 중요한 인재다. 민주화된 정당 안에서 다양한 의견이 가능하고 이것이 당의 장점이다. 이런 의견 토론을 통해 의견 모으고 강한 힘을 낸다. 올바른 방향에 손잡고 나갈 것이라고 본다.

-국회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대구 집회 뒤 국회로 돌아가겠다는 뜻인가.

▲우리는 원칙적인 태도를 지킬 것이다. 향후 집회는 대구집회 뒤 여권의 태도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

李宰協 기자. l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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