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문화축제의 하나로 꼽히는 핀란드의 '쿠모페스티벌'은 1968년 7월 작은 호숫가의 마을 쿠모의 한 초등학교 강당에서 닻을 올렸다. 첼리스트 세포 키마넨과 바이올리니스트인 그의 아내, 두 명의 자녀가 참여한 소박한 연주회였다. 청중이 단 세 사람이었던 이 초라한 연주회가 세계적인 축제로 떠오른 까닭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좋은 음악 만들기'에 매진하면서 끊임없이 특화를 겨냥하고, 진정한 매력을 지향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달부터 막이 오르기 시작한 크고 작은 전국의 축제들이 '문화의 달'인 10월에는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문화관광부의 자료에 따르면 412개 축제 중 189개가 9, 10월에 몰려 있다. 이 가운데는 전통에 바탕을 두거나 미래지향적인 경우도 있고, 민속축제와 복합축제, 그 고장이 배출한 인물을 주제로 한 경우도 있다. 90년대 초 지방자치제 이후 관의 주도에 의해 우후죽순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축제들은 대부분 긴 세월에 걸쳐 자생적으로 형성된 서구와는 달리 관광상품으로 '속성재배'되고, 특징과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엇비슷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구.경북만도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 등 국제 규모의 특성이 두드러지는 문화축제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붕어가 없는 붕어빵'처럼 알맹이 없는 행사만 요란하다.
축제가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려면 다른 축제와 구별되는 정체성이 우선 요건이다. 주민들의 동참도 전제돼야 한다. 주민이 방관하는 축제는 허식과 의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공동체를 고무하고 단합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일상의 삶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포만감을 안겨줄 때 생명력을 얻는다. 근본적으로는 차별화와 특화를 이끌어내는 전략과 문화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지금 우리 고장에서는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가 열리고 있으며, 내일은 '달구벌 축제'와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의 막이 오른다. 각 지역의 축제들도 잇따른다. 앞으로 저마다 특징과 차별성을 확보하면서 매력적인 축제로 가꿔나가야 할 것이다. 축제는 환희와 신명, 그 자체인 '난장(亂場)'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 가을에는 그 속에 뛰어들어 답답한 가슴 한번 시원하게 뚫어보기를 권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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