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세계화-장 피에르 바르니에 지음

입력 2000-09-26 14:03:00

90년대 이후 한국의 문화산업 시장은 규모가 커지고 훨씬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으로 여겨져왔다. 이전까지 한국 시장을 외면하던 외국의 유명 대중가수들이 아시아의 주요 시장으로 꼽고 자주 내한공연을 갖는가 하면 할리우드 영화들의 중점적인 공략대상지역 중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맥도널드 등 미국의 패스트푸드 산업이 활개를 치고 젊은이들의 외양과 사고방식도 점차 서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세계화 추세에 발맞춘 문화의 세계화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문화의 세계화'(장 피에르 바르니에 지음, 주형일 옮김, 한울 펴냄, 188쪽, 9천원)는 미국 등 서구 세계를 중심으로 한 문화의 전파가 문화의 세계화가 아니라 이윤을 남기기 위한 문화산업의 활동 결과일 뿐이며 이러한 흐름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프랑스의 인류학자이자 문화연구가인 바르니에는 TV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이들을 제외한 90%의 인류가 각자의 기준에 따라 고유한 문화 속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문화산업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 아래 그는 문화산업이 형성된 과정, 문화산업의 활동 분야, 문화의 세계적 정치경제학, 지역별 및 세계적 규모의 문화정책, 특수한 문화가 침식되는 현상, 문화적 창작행위의 증가, 문화적 정체성 등 문화에 관련된 다양한 측면들을 살핀다.

그리고 여러가지 질문들이 남는다. '전통문화의 침식'을 안타까워하고 현 상황을 개탄해야 하는가? 전통을 잃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과거를 이상화해 매달리는 것도 좋지는 않은 일이다. 랩 문화, 게이 문화, 노년 문화 등 문화적 생산의 범람, 문화가 파편화될 때 발생하는 국가의 사회적 통합, 문화적 분열이 국가외의 지역 공동체, 가족, 제도 등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등이 고찰해야 할 문제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 세계의 문화가 하나로 통합돼가는 문화의 세계화는 가능할 것인가? 가능할 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디어나 문화산업이 그런 일을 맡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인류 전체가 필요로 하는 공동의 나침반과 기준이 제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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