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이한 판단'과 의약분업 해결

입력 2000-09-23 14:25:00

김대중 대통령은 최근 중앙일보와 가진 회견에서 "조금 안이한 판단을 한 것이 아닌가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의사들의 파업사태에 대해 '집단이기주의 소산'이라며 비판하던 종래의 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어서 의약분업의 해결에 한발 다가선 느낌이어서 정말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의약분업을 실시하려면 의료체계에 대한 근원적인 개편이 있고 난후에 해야 하는 것이다. 저수가.저부담.저서비스라는 구체제를 고수가.고부담.고서비스로 바꾸는 시스템적 접근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국민총생산액중에 의료비부담규모를 선진국에 비슷한 수준으로 올리는등 여러면에서 환경정비가 있었어야 하는 것이다. 김대통령도 "양질의 서비스와 약물의 오.남용으로 부터 생명의 안전을 지키려면 다소의 불편은 참아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의료비를 더 낼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의약분업이 갖는 엄청난 명분만 내세워 이론적으로만 강행 한 것이다. 그 결과 환자도 의사도 약사도 모두 피해를 본 것이 아닌가. 국민이 죽어가는 데 약물오남용 방지가 무슨 소용 있으며 또 의권쟁취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따라서 안이한 판단을 한 정부도 환자의 생명을 방기한 의사도 모두 국민에게 죄를 지은 것이다.

지금의 의약분업은 너무 이상추구형이었다는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되는 것이나 여당인 민주당의 일부의원들의 의약분업 유보론이나 임의분업으로의 전환론이 나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있다. 의약분업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그 방법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대통령이 안이한 판단으로 평가한 이상, 현실에 맞는 적절한 실시방법이나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시스템의 정비는 물론 국민의 생활관습이나 가치관까지도 고려하는 깊이 생각하는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오남용도 방지되고 동네 의원도 약국도 모두 사는 방안이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다행히 의대교수들도 진료에 복귀했다. 그리고 전공의 협의회도 구속자석방과 수배자해제 등 대화의 전제조건을 한발짝 후퇴시키는 등 유화적 자세로 전환했다. 정부도 보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사태를 푸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의사는 더이상 환자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더이상 억울한 죽음이 있어서도 안된다. 오죽했으면 암환자 가족들이 나서 대책위를 만들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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