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임기 줄이자

입력 2000-09-22 14:59:00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24일 치러진다. 임기 변경은 이 나라 5공화국 헌정 사상 가장 획기적이고 상징적인 변화. 투표에서의 통과도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의 찬성률이 80%에 가깝다.

◇국민적 무관심=그러나 투표율은 40%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심각한 것. 최근의 한 여론 조사에선 36%만이 투표한다고 답했다. 다른 조사에서도 겨우 38% 혹은 39%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 투표 선택률은 지난달에 비해서도 3∼5%p나 줄어든 것이다.

관심이 낮은 것은 이 문제가 실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는데다, 이미 정치권에서 광범한 합의에 도달해 있기 때문. 그래서 시민들이 더 관심 갖는 것은 세금 인하, 유가 폭등 같은 쪽이다.

그러나 이번 국민투표는 1962년 드골 대통령이 실시한 이후 40여년만에 처음으로 실시되는 것이다. 그때 이슈는 대통령 직접 선거 제도 도입이었다.

◇개헌의 목적=국가 운영의 2원화를 막자는 것이 개헌의 목적이다. 시민들의 지지도가 높은 것도 그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 프랑스의 국회의원 임기는 5년이나 대통령은 7년이다. 이때문에 대통령과 내각 집권당이 서로 정당이 다른 '좌우 동거 정부'(코아비타시옹)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다. 대신 대통령과 의원을 함께 뽑으면 의회 다수당이 대통령도 배출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여기다 대통령 임기가 너무 길어 나타나는 부작용도 막을 필요가 있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무려 14년간 대통령으로 재임, 두번째 임기 말에는 전립선암으로 거의 국사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개헌 반대론자들은 내각-대통령의 동일 정당 집중 가능성 그것 때문에 줄곧 유지돼 온 좌우 권력 균형이 깨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극우당과 공산당이 기권을 호소하고 있고, 전 내무장관이 이끄는 정당 하나도 개헌에 반대했다.

◇개헌의 추진=40년간 계속돼 온 개헌 논쟁에 불을 지핀 이는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 우파인 그는 지난 5월 야당의원 100명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 임기 축소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002년 대선의 강력한 라이벌로 예상되는 시라크 대통령과 조스팽 총리의 신경전도 가속화 되고 있다. 시라크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의 입지가 크게 약화되리라 우려하고 있다. 조스팽은 하루빨리 시라크를 무력화 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랑스 헌법=프랑스 헌법은 임기 7년의 대통령에게 국가 안전보장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를 의회 보다 길게 잡은 것은 가변적인 여론 영향에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권위를 대통령에게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대통령 7년제는 1958년 제 5공화국 출범 때 드골 대통령이 도입했다. 그 헌법 기초자들은 동거정부 형태가 출현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고,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대통령이 사임한 뒤 새로 선거를 치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미테랑 대통령 때부터는 그렇게 되지 않고 동거 정부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문에 7년제 대통령이 현대 민주주의에 적합지 않다는 논란이 발생돼 왔다.

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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