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가 바라는 음식 뭐든 OK

입력 2000-09-20 14:15:00

바깥 바람을 쐬지 않고 뜨끈뜨끈한 방에 가만히 누워 모처럼 대접받는 삼칠일의 시간은, 옛날 어려웠던 시절 산모에게 해주던 최소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질기거나 신 음식, 익히지 않은 채소·과일 등을 못먹게 한 것은 산부의 잇몸이 부어 있고 소화력도 감퇴됐을 뿐 아니라, 풍치·충치 같은 치과질환을 가진 산모가 많았기 때문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이미 탈진돼 있는 산모에겐 충분한 수분과 미네랄이 들어 있는 미역국이 이상적인 음식이라고 생각된다. 삼키기 쉽고 소화하기 쉬운 음식들을 먹게 한 것도 마찬가지.

그러나 이제 산후 조리법도 다소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첫째, 어떤 음식이든 산모가 바라는 것을 먹게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주의할 것은 권장 칼로리를 지켜 적정량의 음식물을 섭취토록 하고, 특히 모유를 먹이는 경우에는 더 많은 칼로리가 필요함에 유의하는 것이다.

둘째, 너무 덥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산모가 원하면 시원하게 해도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분만 후엔 몇주일간 소변 양이 증가하고 땀도 많이 흘리게 돼 있다. 이것을 통해 부기가 점차 빠지게 된다. 오히려 주의할 것은 심한 탈수가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모유를 먹이는 경우에도 보다 많은 양의 수분이 필요함에 주의해야 한다.

셋째, 운동도 너무 못하게 하면 좋잖다. 분만 후 일찍 걷게 하면 소변 누는 기능을 빨리 돌아오게 한다. 혈전증도 줄일 수 있고, 식욕 회복, 정상 생활에 대한 자신감 등을 되찾는데도 도움된다. 의사들은 특히 제왕절개 경우에는 수술 후 하루만 지나도 침상에서 일어나게 한다.

가능한 한 빨리 복근 강화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오히려 도움된다. 아랫배 근육이나 피부 이완을 줄일 수 있기 때문. 제왕절개 산모 역시 실밥 뽑은 후 통증이 없다면 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

구태본(경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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