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부실' 검찰수사 전망

입력 2000-09-16 14:27:00

검찰에 대우 폭풍이 불어닥칠 조짐이다.

검찰은 15일 금융감독위원회가 23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대우 회계분식과 관련, 김우중(金宇中) 전 회장 등 대우그룹 전.현 임직원들을 무더기로 고발 및 수사통보함에 따라 본격적인 수사준비에 착수했다.

검찰은 일단 금감위의 특별감리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뒤 수사주체를 결정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검찰수사 방향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크게 두갈래의 추정이 가능하다.

우선 고발 및 수사통보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

금감위 산하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대우 계열사의 허위 재무제표 작성에 책임이 있는 김 전 회장 등 전.현직 임원 21명과 관련 임직원 20명 등 41명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고발 또는 수사통보했다.

외감법은 회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 등이 회계처리 기준에 위반해 허위의 재무제표 작성 등을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하고 있다.

고발 및 수사통보 내용에 한정해 수사가 이뤄질 경우 수사대상 및 회계분식 규모가 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은 의외로 단순한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내용대로라면 김 전 회장 등은 일종의 행정법규 위반 사범에 해당한다"며 "이 경우 고발내용을 토대로 혐의내용을 확인해 기소하면 끝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수사의 속성상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검찰이 분식회계 내역 등을 캐다보면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외화도피, 탈세 혐의 등이 추가로 포착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감위는 회계분식으로 잡힌 23조원은 대부분 차입금 등 부채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매출.재고.설비.연구개발비 등을 가공 계상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이중 어느정도가 국내외에 빼돌려져 부정한 곳에 사용됐는 지 밝히지 못했다.

또 특별감리 과정에서 대우그룹이 수출창구였던 ㈜대우와 이 회사의 영국 현지법인인 BFC(British Finance Center) 등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 수사가 비자금 조성 여부 등으로 확대될 경우 정.관계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과거 재벌기업 사정에서 입증됐듯 비자금은 통상 로비자금 등으로 쓰이기 때문에 검찰이 이쪽으로 수사방향을 틀게 되면 대우 파장은 일파만파 확대될 게 분명하다검찰은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감안, 신중하게 수사주체를 결정할 방침이다.

즉 단순한 행정법규 위반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수사대상이 사상 최대 규모인 점을 감안, 수사인력이 많은 서울지검에 배당해 처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대검 중수부가 직접 나선다는 복안인 것이다.

따라서 수사 주체는 향후 검찰 수사의 성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우 분식회계를 총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회장이 해외에 장기체류하면서 검찰소환에 응할 가능성이 희박해 수사가 시작되더라도 속전속결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BFC를 통한 비자금 조성이나 자금세탁 혐의 등이 포착되더라도 이를 입증할 수사 단서가 모두 해외에 있어 김 전회장의 협조 없이는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검찰 주변의 분석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 조사없이는 이번 수사를 진행시키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김 전 회장이 귀국하지 않을 경우 수사가 장기 표류할 것임을 기정사실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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