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처럼 고고하게 작품에만 관심쏟은'소나기' 작가 황순원 14일 타계

입력 2000-09-15 12:05:00

맑고 서정적인 문체의 단편 '소나기'의 작가인 원로 소설가 황순원(黃順元)씨가 14일 오전 8시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1915년 평남 대동에서 출생,숭실중학을 거쳐 1939년 와세다 대학 영문과를 졸업한뒤 경희대 문리대 교수와 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중학 재학중이던 1931년 '동광'지에 시 '나의 꿈','아들아 무서워마라'를 발표,문단에 등단했다. 대표작으로는 '별', '소나기','카인의 후예','나무들 비탈에 서다' 등이 있다.

평생 문학 창작에만 전념,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아시아자유문학상,예술원상,3.1문화상,국민훈장 동백장,대한민국문학상 본상,제1회 인촌상 등을 받았다.

유족은 동갑내기 부인 양정길(楊正吉)여사와 장남인 시인 동규(東奎.서울대 교수),차남 남규(南奎.주식회사 나성 대표),3남 진규(軫奎.미국거주),딸 선혜(鮮惠.미국거주)씨를 두고 있다.

장례는 문인장으로 치러지며,정부는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키로 했다.

빈소는 서울대 병원에 마련됐으며,입관예배는 16일 오전 11시,발인 18일 오전 8시,장지는 충남 천안시 풍산공원 묘원이다. 연락처 02)760-2011.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문단의 큰별' 황순원의 문학세계

14일 향년 85세로 타계한 황순원(黃順元)선생은 한국 현대문학의 거목으로 존경받아온 원로작가였다.

그는 문학세계에서나 일상 생활에서 엄격하다할 정도로 절제되고 깔끔한 자세를 일평생동안 유지해 문단 안팎에서 두루 존경을 받았다. 평소 조용한 성품인 고인은 교수직(80년 경희대 교수직 퇴임)과 예술원 회원(1957-2000) 외에 어떤 감투도 멀리할 정도로 자기 처신에 엄격했다. 이런 그의 처신은 자연히 글쓰기에도 드러난다. 수필이나 칼럼, 단상 등 소설이외의 글은 일체 쓰지 않았으며 인터뷰에도 좀처럼 응하지 않았고, 세미나 강연회, 좌담회에도 거의 참석않고 오직 창작 외길에만 매달려왔다. 평소 "만약 다시 삶을 시작하더라도 문학을 할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던 그였다.

그의 문학세계는 유년기의 동화적 색채로부터 출발해 점차 인간의 정신세계와 휴머니즘을 그리는 쪽으로 옮겨왔다. 1915년 평남 대동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고인은 1931년 중학 재학중 '동광(東光)'지에 시 '나의 꿈'을 발표하며 등단한 뒤 '삼사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며 시집 '방가(放歌)' '골동품' 등을 펴냈다. 이후 단편소설집 '늪'을 계기로 소설에 전념해 '별'(1941)과 '그늘'(1942) 등 대표작을 발표했다.

시로 출발해 단편, 다시 장편소설로 그 영역을 넓혀간 그는 초기에는 인간의 정감을 서정적인 감각을 통해 표현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 무렵에 발표한 단편 '소나기'(1953)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서정적인 단편작가로서의 소설세계를 구축한 그가 최초로 장편소설을 시도한 작품은 '별과 같이 살

다'(50)에서다. 그 뒤 '카인의 후예'(50), '인간접목'(57), '나무들 비탈에 서다'(60)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이들 장편은 전쟁의 비극적 상황속에서 젊은이들의 좌절과 방황을 그리거나 정치적 방황에 따른 인간변화를 탐구한 소설들이다.

많은 시인, 소설가 제자들을 길러내 제자복이 많은 것으로 소문난 고인에게 문학은 가업으로 이어졌다. 장남인 동규(서울대 교수)씨는 중진시인으로 문단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고(故) 김현의 지적대로 아름다운 순수성을 동경하고 견지했던 고인의 태도는 이상주의자의 모습 그대로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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