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대표에 왜 이리 저 자세인가

입력 2000-09-15 00:00:00

최근 남한을 방문하는 북측 대표를 맞이하는 우리 공직자들의 저자세와 정도(正道)를 벗어난 처신이 눈에 거슬린다. 반(半)세기만에 남한 땅을 찾아오는 북한 대표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이야 당연하다. 그러나 자신들이 남한 국민의 대표로서 북측 대표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망각한듯 저자세로 북한 대표에 끌려다니다시피 하는 공직자들의 모습은 보기에도 역겹다.

김용순 비서가 남한을 방문한 3박4일의 일정(日程)동안 이 나라를 적대세력으로 부터 수호할 책임을 진 국정원장이 김비서를 수행하다시피 따라 다닌 모습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다. 흔히들 국정원은 '음지(陰地)에서 양지(陽地)를 향해 일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그만큼 국정원은 국가 기밀과 정보업무를 총괄, 국정의 최고지도자를 보좌하는 참모기능을 위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국정원장이 김비서와 계속 '수행'하다시피 동행하며 막후 협상을 벌인 것은 지나친 과공이며 굴욕적 처신이다.

만약 임동원 국정원장이 김용순 비서와 논의할 일이 있었다면 회담 일정을 잡아 당당하게 논의할 노릇이지 빌붙다시피 매달려 막후 협상을 벌일 노릇이 아니었다.조성태 국방장관의 처신 또한 가관이다.

김비서 일행으로 송이버섯 전달만을 위해 서울에 온 북한군의 박재경(朴在慶) 대장을 만나기 위해 안달이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한심스럽다.

이 나라 60만 장병의 우두머리격인 국방장관이 20여명의 북한군 대장중의 한 사람에 불과한 사람을 굳이 만나겠다고 매달린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과연 긍지와 자존심을 가진 사람인가"싶은 생각마저 갖게된다. 박대장이"나는 송이만 전달하러 왔다"고 면담을 거절하자 주위의 완곡한 권유로 조장관과 10분간 만났다니 이 처럼 억지로 만난 자리에서 무슨 좋은 결과가 나왔을른지 불문가지 아닐까 한다.

그런가하면 이번에는 한술 더 떠서 남북한이 14일 공동작성한 보도문 제1항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앞으로 가까운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시며…"라고 존칭을 붙이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저들은 한번도 김대중대통령에 존칭을 붙이지 않는 터수에 굳이 우리만 외교 관례상에도 없는 존칭을 붙이는 연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안된다. 어찌보면 우리 지도계층은 지금 심각한 북한 신드롬에 빠진것 같다. 저들에게 관대하게 여유를 보이는 것이 '진보적'인 자세로 비친다는 착각에 빠진 것만 같다. 그렇지만 북한에 지나친 저자세가 국민 반발을 유발, 종국적으로는 남북 관계를 경색시킬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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