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추석 구상'

입력 2000-09-14 14:25:00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지난 10일 귀국한 뒤 곧바로 추석연휴를 맞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추석 연휴기간을 민생현장 방문과 향후 정국 구상 등으로 보냈다.

귀국 다음날인 11일 은평구 응암동 소재 아동복지시설인 선덕원을 방문한 김 대통령은 "아무리 부자라도 희망이 없으면 불행하다", "희망을 갖는 정치를 하겠다"며 유난히 '희망'을 강조했다.

이는 불우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지식정보화라는 세계사의 도도한 흐름과 남북문제, 고유가·증시침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 나라안팎의 여러 사정에 직면해 '비전을 갖고 매진할 때'임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김 대통령의 의지인 것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경기도 용인의 선산으로 가족들과 성묘를 다녀온 뒤 12, 13일 이틀동안 관저에서 휴식을 취하며 정국 구상에 몰입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이번 유엔 정상회의에서 6·15 남북 공동선언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담보받은 것을 바탕으로 향후 대북정책과 4강외교를 더욱 강력히 추진하는 방안을 구상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김용순(金容淳) 북한 노동당 비서 일행이 서울을 방문해 임동원(林東源)대통령특보와 일련의 남북문제 현안을 협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 대통령으로서는 이 문제에 한층 관심을 가졌을 것으로 청와대 주변에서는 관측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3일 "김 비서 일행의 서울 방문은 김영남(金永南) 위원장의 유엔불참 사태에도 불구,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겠다는 북측의 의지에 전혀 변화가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김 대통령은 긴장완화, 경제협력, 인·물적 교류라는 세가지 갈래로 추진중인 남북관계의 진전을 국민적 공감대속에 차분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양측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시기를 내년초께로 잡은 것도 서둘지 않겠다는 김 대통령의 뜻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14일 김 비서 일행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이같은 점을 강조하면서 전세계가 주시하는 남북관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자는 당부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문제외에도 고유가와 증시침체, 국회 정상화 난망, 의약분업 사태 등 골치아픈 현안들에 대해 김 대통령은 다각적인 구상을 했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김 대통령은 내주 국무회의에서 고유가 사태에 대한 경제부처의 대책마련과 함께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을 당부할 계획이며, 의약분업 사태와 대야(對野)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원칙'을 지켜나간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소수정권이 원칙마저 포기한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며 "다만 이익단체나 야당과의 대화노력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대통령은 내주중 전직대통령과 3부요인, 야당 총재 등을 초청해 방미 설명회를 겸한 회동을 갖고 정국현안 등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남권에서의 장외집회 등 강력한 대여투쟁을 전개할 예정인 한나라당이 회창(李會昌) 총재의 참석여부가 불투명하며,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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