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물꼬 살린 김용순 방한

입력 2000-09-14 12:11:00

김용순 북한 노동당 비서는 14일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으로 3박4일동안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북으로 돌아갔다. 김 비서의 이번 남한 방문은 추석전까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던 남북관계에 물꼬를 텃다는데 의미가 있다.

지난 6월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남북대화는 8월말 2차 장관급 회담 이후 혼선을 거듭했다. 비전향 장기수 북송후 북측은 이유없이 남북대화를 기피하는 모습을 보여 남북관계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 비서가 이번 남한 방문을 통해 합의문을 발표함에 따라 이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양측 합의과정에서 남측의 대북 식량차관 문제가 세부적으로 논의돼 합의를 순조롭게 끌어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대 관심사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을 내년 봄에 추진키로 한 것은 남북 관계의 한단계 진전을 의미한다. 6월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는 상호주의 위배라는 비판까지 들어왔지만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성사될 경우 이 문제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이 임기중 남북평화협정 체결의지까지 드러낸 것도 여기에 힘입은바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의 답방시기가 내년초로 늦춰진 것을 두고 의아해하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정부측은 "김 위원장과 김 대통령의 바쁜 일정을 감안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2차 장관급 합의사항이 진척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데도 김 비서의 방한의미가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평양에서 열린 2차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한 사안들이 오는 27일 시작될 예정인 3차 제주 장관급 회담전에 추진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먼저 면회소 설치와 운영문제, 이산가족 교환방문, 서신교환 문제 등을 협의할 2차 적십자회담은 이르면 이번주말 혹은 내주초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 비서와 임동원 대통령 특보간에 적십자 회담 장 소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했지만 일단 2차 회담 금강산 개최가 확정됐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3차 적십 자회담부터는 판문점에서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 문제는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맞물려 기대를 모으는 사안이다. 남북 양측은 오은 26일쯤 제3국인 홍콩에서 조성태 국방장관과 북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간에 국방장관급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국방장관급 회담이 열릴 경우 우리측은 군사직통전화 설치와 군사훈련 참관, 통보 등을 협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의선 복원 실무접촉과 경협 제도화 장치마련 실무협상도 기존 북한의 미온적인 태도를 바꿀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같은 세부일정 합의에도 불구, 남측의 최대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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