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주부 스트레스 해소법

입력 2000-09-13 14:03:00

큰집 맏며느리인 주부 이혜숙(45·대구 남산동)씨는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다. 추석 며칠 전에 시작된 두통은 지금도 여전하다. 해마다 명절 때면 겪는 일. 그런데도 "왜 내가 이 고생을 해야 하나?"하는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남들은 차례 음식도 동서들끼리 나눠 준비한다는데, 우리 동서들은 다른 도시에 산다는 이유로 설거지나 거드는게 고작이다. 딴집에선 남자들도 부엌일을 곧잘 한다지만, 어째 이 집에서는 시동생들까지 합쳐 방안에서 손짓만 해대나? 얄밉기만 하다.

처음엔 남편에게 "다리 좀 주물러 달라"고 응석을 부려 보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은 무심하기만 할 뿐. "남들도 다 하는 걸 갖고 왜 별나게 구는거야?" 이젠 내색도 하기 싫어졌다.

명절 스트레스. 많은 주부들이 이것에 시달리고 있다. 일년에 한두번 참고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감정을 풀지 않고 가슴 속에 억눌러 두다 보면 나중에 다른 일과 겹쳐 시댁·남편 등과의 불화로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한국 발달상담 연구소 전종국 상담교육 실장은 의식 변화로 명절 스트레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강조되는 현대적 특성 때문에 당연시해 왔던 전통적 주부 역할에 대해 여성들이 "왜 여자만 이러는가?"하는 쪽으로 반발감이 커졌다는 것.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는 개인 마다 다르다. 완벽하게 일 처리를 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주부들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 지역적으로도 보수적인 대구·경북 주부들의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더 강하다.

성격이 냉담해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합리적으로 일을 대하는 주부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으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감정을 지나치게 억압해도 스트레스를 증폭시킬 수 있다. 자신감이 없고 무력감을 느끼는 주부들도 그때문에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전 실장은 "남성들도 주부의 명절 스트레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부부싸움이 싫다면, 바가지를 긁히고 싶지 않다면, 남편들도 좀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명절 스트레스 극복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아내에 대한 남편의 관심과 지지. "남자 체면이 있는데…" 하는 식으로 멋쩍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부엌에서 일하는 아내에게 고개나마 한번 끄덕여 주는 것, 등이라도 안마해 주며 수고했다고 던지는 따뜻한 말 한마디… 이런 것만으로도 아내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전 실장은 주부 자신도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환기했다. "혼자 참다가 결국 화 내고 싸우는 데까지 이를 게 아니라, 원하는 바를 정당하게 표현해 감정을 풀어야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는 얘기였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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