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7일(이하 한국시간) 회담은 유엔 정상회의 참석차 함께 뉴욕에 머무는 두 정상의 가벼운 만남자리로 마련됐으나 실제 회담은 한미관계, 남북문제 등 무거운 주제가 상당수 거론됐다.
김 대통령 취임 2년반동안 6번이나 만난 김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은 오랜 친구처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 참석중인 160여개국 정상중 상당수로부터 개별회담제안을 받은 클린턴 대통령은 김 대통령 등 일부 국가 정상과만 만나고 김 대통령의 숙소로 직접 찾아와 회담을 가진 것은 김 대통령에 대한 우정을 과시한 것"이라고해석했다.
특히 오는 11월이면 사실상 임기를 마치게 되는 클린턴 대통령으로서는 11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한 이번이 김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마지막 만남이 될 수도 있어 이날 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30분을 훨씬 넘겨 45분가량 진행됐다.
이 때문에 두 정상은 이날 밤 11시30분으로 예정된 원탁회의에 30여분 가량지각했다.
당초 예정시간인 10시 40분보다 20분 가량 늦은 이날 밤 11시께 회담장인 '프레지던셜 스위트룸'에 도착한 클린턴 대통령은 회담장 입구에서 기다리던 김 대통령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뒤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이어 두 정상이 자리에 앉자 취재차 클린턴 대통령을 따라온 미국 기자들이 유가 급등, 중동평화협상,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잇따라 질문공세를 폈고, 클린턴 대통령은 이 문제들에 모두 대답하는 성의를 보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한국 통일의 전망'에 대한 미국 기자의 질문에 "김 대통령이 한국과 북한을 위해서뿐 아니라 그 지역의 안정을 위해 매우 용감하고 훌륭한 일을했다고 생각한다"며 "상당한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도 강력하게 지지해 왔고, 앞으로도 지지할 것"이라며 "이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때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전체적 안정에 아주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한.미공조 의지를 과시했다.
이어 본격 회담에 들어간 두 정상은 우선 한미 관계와 대북 문제와 관련한 논의부터 회담을 풀어갔다.
김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진행과 후속조치를 설명하면서 "남북 대화의 전제조건이었던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수용 등에 대해 북한측이 이해의 폭을 넓혀 해결됐다"고 말하자 클린턴 대통령은 진지한 태도로 경청한 뒤 "남북 관계 진전 등 지금 김 대통령이 하고 있는 일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며 변함없는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미 취소사태를 두차례나 언급하면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힌 뒤 "김 대통령이 북한의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고 당부해 이번 사태로 미.북관계가 악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여실히 보여줬다.
김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 정부도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미얀마의 민주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의 연금과 관련, 김 대통령의 관심을 환기시켰고, 배석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도 "수지 여사 문제는 아시아권의 관심, 특히 김 대통령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거들었다.
김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민의 70% 지지를 받는 지도자가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사태"라면서 미국측의 뜻을 수용한 뒤 곧이어 한국의 인권 문제중 하나인 한미행정협정(SOFA) 문제의 조속한 해결도 아울러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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