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기초의원도 유급제

입력 2000-09-08 14:56:00

길거리 투쟁과 비난 성명으로 싸움질만 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이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지방의원에게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주려는 유급제 시행에 관해서다.

민주장 박병석 대변인은 7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광역의회 의원 뿐만 아니라 기초의회 의원도 유급제화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최고위원들의 경선 공약사항인데다 지방의원 가운데 재력이 없는 환경.여성운동가 등이 다수 포함돼 있어 실질 경비 지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목요상 정책위의장도 이날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재정운영에 대한 견제와 무급제 고수에 따른 지방의원들의 이권개입을 막기 위해 유급제의 기초의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정책 성명을 발표했다.

즉 도입 취지와 달리 겉돌고 있는 지방 의회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 무보수명예직이라고 규정돼 있는 지방의원들에게 충분한 활력소(월급)를 주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자.

우선 지방의원들이 활동비가 없어 충실한 의정 활동을 하지 못하는가라고 묻고 싶다. 기초나 광역의원 대다수는 나름대로 동네에서는 재력가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보수 명예직이란 약속을 하고 '지역민을 위해' 나선 사람들이다.

뒤집어서 비록 일부지만 의장 선거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수천만원의 돈을 뿌리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혈세로 외유에 나서는 것이 유급제 시행으로 조금이라도 고쳐질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결국 정치권이 내세우는 유급제 논리보다는 "지방 의원 중 상당수가 지구당 간부나 국회의원 참모인 현실을 감안하면 결국 지구당 유지비 마련을 위해 정치권이 유급제를 추진한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어 보인다.

유급제가 도입되면 광역의원은 월 300만원 이상을, 기초의원은 200여만원을 받게 되며 지방자치단체들은 가뜩이나 힘든 살림에 연간 1천억원에 이르는 돈을 주민들의 세금에서 추가 부담해야 된다. 지금도 회의수당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이 나가고 있는데 여기에 월급제를 도입해 더 주자는 것에 다름아니다.

내가 낸 세금이 지방의원의 월급으로 들어가는데 대해 과연 몇명이나 고개를 끄덕일까라는 질문을 정치권에게 던지고 싶다.

李宰協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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