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배농 현주소

입력 2000-09-06 15:04:00

◈수년내 마늘농 모두 파산 한숨

"마늘농사를 계속 지어야 할지 아니면 포기해야 할지 고민 입니다. 그렇다고 마땅히 지을 농사도 없구요"

20년째 마늘농사를 지어온 농민 김모(63.의성군 안평면)씨가 한지마늘 수매장에서 내뱉은 자조섞인 하소연이다.

한지마늘 수매가는 kg당 1천600원, 생산비의 60%도 안되는 가격이다.

그러나 새학기 자녀 학자금 마련에 애타는 농민들은 지난 22일부터 수매가 재개되자 헐값인 줄 알면서도 서둘러 수매에 응하고 있다.

저온창고에 쌓아둬도 중국산 마늘에 떠밀려 인상기미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올해 의성지역에서 생산된 한지마늘은 모두 1만4천400여t. 전국에서 의성마늘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 경북 대비 29%를 차지하고 있으나 국내산 마늘 대부분은 난지형으로 한지형인 의성마늘과는 크게 대비된다.

한지형인 의성마늘의 종구비는 300평당 1백5만원으로 난지형 38만5천원 보다 175만원이 높다. kg당 생산비 또한 한지형이 3천508원(농민단체 주장)으로 난지형 1천488원 보다 2천100원이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값싼 중국산 마늘이 쏟아져 들어와 국내 마늘 재배농가, 특히 한지마늘을 주산으로 하는 의성지역 농민들은 이제 마늘농사를 포기해야할 만큼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올해 정부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마늘은 모두 3만2천t. 이중 최소시장접근(MMA)물량 1만2천t은 전량 국내 라면공장 등지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농림부는 밝혔지만 보따리 무역상들의 수입 물량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은 특히 한국과 달리 마늘보다는 마늘쫑(줄기)을 이용하기 위해 마늘을 재배하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휴대폰 등 한국의 공산품 수입을 맞교환한 중국의 국내 마늘시장 공략은 해가 갈수록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의성지역 농민단체들이 '의성군마늘범군민대책위'를 구성하면서까지 연일 집회 등 생존권 수호 차원의 강경대응에 나선 것도 절실한 위기감 때문.

이에 따라 마늘대책위는 정부로부터 의성지역 한지마늘 재배농민들에게 특단의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 등을 받고 수매를 재개했으나 재배농민들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마늘농사를 걷어치우고 내년엔 양파 농사를 짓겠다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어 자칫 내년엔 과잉 공급에 따른 '양파 파동' 조짐도 보인다.

장규상 의성농민회장(55)은 "산지 마늘값은 중국산 수입마늘 여파로 지난해 절반 수준인 kg당 1천200원~1천300원대로 값이 폭락했다"며 "이대로 가면 몇년안에 의성지역 7천여 농가와 전국 42만여 마늘농가가 파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회장은 또 "올해 4천여평의 마늘농사를 지어 적게잡아도 1천만~2천만원은 손해봤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백인환 의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토종인 한지마늘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주아재배와 마늘파종기.수확기 등 기계화를 통한 생산비 절감 밖에 없다"고 밝힌 뒤 "이와 병행해 깐마늘 산업 육성과 브랜드 개발 등도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유일한 방법"이라고 마늘문제의 해법을 제시했다.

의성.李羲大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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