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방북취소와 북미 관계

입력 2000-09-06 15:18:00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함으로써 기대를 모았던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또한 미국과 미수교국가인 북한의 국가 수반(헌법상)이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을 수 있는 기회마저 무산됨에 따라 그의 방미취소가 향후 북-미 관계에도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 위원장의 방미 취소가 남북관계와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남북관계의 대세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 그의 방미 취소사건이 북-미 양측간의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되고 '전통적인' 한-미 관계상 남측 역시 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김 위원장 방미 취소는 일단 미국 아메리칸 에어라인(AA)의 사소한 짐검사 문제로 시작됐으나 북측이 미국 정부의 태도를 문제삼고,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북한과 항공사간의 문제로 축소, 북측의 불만 해소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북측 유엔 대표단의 일원인 최수헌 외무성 부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테러국가'로 지정돼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도적인 도발행위"라고 지적함으로써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부당한 태도'를 비난했다테러국 지정 해제 문제는 북-미 회담의 핵심 사안이면서 양국 관계 개선의 관건이기도 해 새 천년 첫 유엔 정상회의가 열려 북-미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해우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산된 것도 북-미 관계 개선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또한 북-미 관계 개선이 남-북 관계 개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김 위원장 방미 취소는 남북관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임에 틀림없다 하겠다.

더욱이 이번 사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이 남북관계 급진전에 제동을 걸려는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정황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 문제 3 당사국들이 북한과 개별 회담을 진행하며 북한에 대한 요구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때 이번 '사건'은 미국 정부의 고의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미국의 대북 압박 카드로 활용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미 김 위원장의 방미 및 유엔 회의 참석이 공개된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의 '공식 수반'인 김 위원장의 항공기 탑승에 철저히 무관심한데 대해서는 일정한 비난을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사건으로 북측은 미국의 부당한 처사를 선전하면서 '남북간의 민족공조'를 더욱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남측은 이 사건이 남북관계와 무관함을 들어 지속적으로 관계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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