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서신교환 합의

입력 2000-09-02 14:10:00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신청서를 낸 7만6천여명 가운데 가족.친지의 생사가 확인되는 가족부터 상호 서신 교환을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해 이달초 구체적인 추진 문제를 협의하고, 또 남측은 북측에 식량을차관으로 제공하는 문제를 검토키로 합의했다.

남북은 1일 오후 평양 고려호텔에서 제2차 장관급회담을 폐막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7개항의 공동발표문을 발표했다.

양측은 합의에 따라 이산가족 교환 방문을 연내 두 차례 더 진행하되 이와 관련한 실무문제는 9월초 2차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토의하며 이 회담에서 이산가족과 친척들의 서신교환을 추진하는 등의 문제를 협의키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달 초로 예정된 2차 적십자회담에서 상봉 면회소 문제가 타결되면 생사확인, 서신교환, 방문상봉 등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제도화될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서는 남측이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등을 폭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 차원에서 공식 제기하고 그 해결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로 돌아온 남측 수석대표인 박재규(朴在圭) 통일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인원이 7만~8만명이 되는 만큼 이 가운데 먼저 생사가 확인되는 사람부터 서신을 교환할 수 있도록 북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북측에서 생사확인을 요청해 오는 이산가족이 있다면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또 이번 회담에서 특히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키로 합의하고 이와 관련한 군사당국자 회담을 조속한 시일내에 갖도록 협의키로 했다. 향후 군사당국자 회담에서는 군사직통 전화(핫라인) 설치.운영 등 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 문제 그리고 경의선 철도 연결 등과 관련해 군사적으로 협력할 방안 등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와 함께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등 경협과 관련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전문가 실무접촉을 이달 중 개최키로 합의했다.

남측은 북측의 연이은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사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상부상조의 원칙에 따라 북측에 식량을 차관으로 제공하는 문제를 검토, 추진키로 합의해 지난 95년 쌀 지원 이후 대북 지량 지원을 공식적으로 추진한다.

이에 대해 남측 회담 관계자는 "지난해 422만t의 곡물을 생산했던 북측이 올해 역시 심한 가뭄 등 자연재해로 곡물 수확량이 대폭 감소해 식량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내부사정을 솔직히 알리면서 사상 최초로 식량지원을 공식 요청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북측은 그러나 인도적 차원의 무상지원이 아니라 차관 형태로 지원하고 몇 년 안에 상환한다는 특정의 조건을 이례적으로 제시했다"면서 "남측은 이를 검토해 국민 의사를 물어 검토한 다음 지원 규모를 정할 수 있다는 점을 북측에강조했다"고 밝혔다.

남북은 또 경의선 복원과 문산~개성 새 도로건설 문제를 협의하는 실무접촉을 9월중에 개최, 착공식 문제 등을 협의키로 했다. 그리고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도 조속한 시일내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와 함께 백두산, 한라산 관광단을 각각 100명 정도의 규모로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상대측 지역에 보내기로 했다.

남과 북은 3차 장관급회담을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사상 처음으로 제주도의 한라산에서 개최하고 앞으로 대표단 규모는 각각 편리한 대로 정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번 평양회담에서 '군사당국자회담 개최' '식량제공 검토' 등 몇가지 사안을 놓고 이틀동안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재규(朴在圭) 남측 수석대표가 31일 오후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용순(金容淳) 아.태평화위원장을 만나 한차례 입장을 조율한 뒤 1일 오전 함경북도를 시찰중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접점을 찾은 뒤 이견을 대부분 타결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날 오후 7시30분께 공동보도문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박 수석대표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보도문안의 상당부분을 남측 주장대로 합의하고 돌아온 데 대해 북측이 마지막 버티기를 시도해 밤 10시 가까이 돼서야 발표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남측 대표단은 이날 밤 11시가 넘어 평양을 출발, 자정께 서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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