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면피용 우방대책

입력 2000-09-02 00:00:00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장 진지한 인사의 하나로 망자에대한 문상이나 묘소 참배 등을 치고 있다. 그런데도 상주(喪主)들과 문상객의 거짓된 속마음을 두고 옛부터 우스개 같은 얘기들이 많았다. 망자의 죽음을 진실로 슬퍼하고 명복을 빌기보다 재산이나 이해관계를 염두에 두고 헛눈물을 흘리는 경우를 빗대는 내용들이다. 겉치레 인사를 말할 때 흔히 "처삼촌 묘에 벌초하듯 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그런 일을 거짓 속마음의 표본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번 우방부도사태에서 협력업체 및 입주예정자들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관계기관의 태도에서 이같은 "처삼촌 벌초"나 "헛울음 문상"과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웬 일일까. 물론 관계기관 가운데선 진실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관도 있을 것이다. 비록 관련 기관의 지원 약속이 입술 서비스에 불과하다해도 꼭 거짓 문상에 비유할 일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방부도로 졸지에 파산위기에 놓인 협력업체와 입주 예정자들에게는 관계기관의 지원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대한 실망은 헛눈물 문상이상으로 참담할 것이다. 건교부 차관 및 실무국장들이 참석한 긴급간담회와 대구시, 중기청, 대구상의 등 각급기관의 긴급지원조치 발표는 이들에게 희망의 빛이었다. 1천200억원규모의 별도계정운용, 360억원규모의 특별경영안정자금의 이자할인 지원검토, 대구시의 자금지원대책반운용 등은 물에 빠진 사람에게 밧줄을 던져주는 것과 같은 기대감을 주었다.

현실은 자금지원이 제때 이뤄지지않고 자금지원의 방법이 당초 약속과 달라 협력업체들 가운데는 진성어음을 쥐고도 부도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겐 관계기관의 발표는 사후약방문인 것이다. 분양계약자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어디에 물어봐야할지도 알 수 없는 답답한 심정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우방참사에 울고있는 이들에게 면피용 제스처는 버리고 진심을 보여야한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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