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채권단 협의회 지연되는 속사정

입력 2000-08-26 12:02:00

"도대체 우방에 자금이 지원됩니까, 안됩니까" "채권단 협의회가 왜 자꾸 지연됩니까. 협력업체는 피가 마름니다"25일 우방의 채권단 협의회가 다시 연기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언론사, 우방 본사에는 연기 배경을 묻거나 채권단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전화가 잇따랐고 지역경제계는 채권단의 결정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우방의 협력업체 한 사장은 "자금 지원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하루 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며 "우방이 자금을 지원받길 바라지만 지원이 어렵다면 채권단이 결정이라도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우방 아파트 한 입주자는 "살고 있는 아파트에 은행의 근저당이 설정돼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며 "이번에 지원될 자금의 대부분이 근저당 해제에 사용된다고 아는데 자꾸 회의가 연기돼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지역의 제2금융기관 한 대표는 "우방을 하나의 기업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까지 고려해 문제를 풀어 가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현대사태를 국가경제 차원에서 사태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 것과 비교해 우방에 대해선 정부나 금융권이 너무 소홀히 대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협의회가 지연된데 대한 채권금융기관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 사이 지원 여부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따르고 있다"며 "이는 지원 쪽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실사 자료 검토가 미흡해 회의가 연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우방은 협의회가 연기되자 자금 동향을 점검하고 중도금과 공사대금 수입으로 자금 조달 계획을 새로 세우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방 관계자는 "공사대금이 예정대로 납입되고 있고 최근 '드림시티' 계약자들의 중도금이 120억원 들어오는 등 주춤했던 중도금 납부가 이어지고 있어 당장의 부도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경제계와 금융권은 (주)우방의 채권금융단 협의회가 잇따라 연기된데 대해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놓고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금융기관들이 의견 조율에 상당한 진통이 따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한다.

채권금융단은 지난 달 21일 이순목 회장을 비롯한 기업경영지배구조개선을 전제로 1천551억원을 지원키로 하고 우선 444억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1천107억원은 자산.부채 실사를 거친 후 지원키로 합의했었다.

최근까지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보고된 이후 채권금융단의 우방에 대한 자금 지원 여부가 불투명했다.

실사 결과가 우방이 채권단에 제출했던 자금수지계획, 경영정상화방안 등 경영지표 보다 다소 부정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단 회의가 예정된 24일 전후 추가자금 지원이 가능할 것이란 소문이 금융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날 우방의 주가가 상종가를 기록한 것도 이같은 영향에 힘입은 것으로 추측된다.

일부 채권금융기관과 지역경제계는 이와 관련, 채권단이 우방에 대한 자금 지원을 거부할 경우 대구.경북지역 경제에 상당한 미칠 것이란 점을 고려해 지원 쪽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방에 대한 자금지원은 주채권은행인 서울은행과 대구.주택.경남은행 등의 여신 비중이 75% 안팎에 이르기 때문에 이들 은행만 찬성하면 쉽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중 한 은행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여서 진통이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금융단은 회의가 잇따라 연기된데 대해 일부 금융기관이 실사 결과를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빚어진 결과라고 밝혔지만 금융계 안팎에선 이런 이유 보다 자금 지원에 반대하는 금융기관을 설득하기 위한 '시간벌기' 때문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채권금융단 한 관계자는 "우방에 대한 자금 지원 여부는 단순히 실사 결과나 시장논리만으로 예측하기 어려울 변수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해 이같은 추측에 설득력을 주고 있다. 金敎榮기자 kimky@imaeil.com

25일 예정된 (주)우방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할 채권금융단 협의회가 전날에 이어 다시 28일로 연기됐다. 채권금융단은 25일 오후 3시 채권단협의회를 열기로 했으나 예정 시간이 넘도록 일부 은행이 입장을 정리하지 못해, 결국 오후 3시40분쯤 회의를 28일 오전 11시로 연기했다.

우방의 주채권은행인 서울은행 관계자는 "일부 금융기관이 우방의 회계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에 추가로 요구한 실사자료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며 연기 요청을 해 28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28일 서울은행 본점에서 22개 채권금융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회를 열고 우방에 대한 1천107억원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금융기관의 우방에 대한 여신비중에 따르면 서울은행이 26.09%로 가장 높고 주택.대구.경남은행과 영남종금(예금보험공사 자회사)등이 48.91%로 만약 이들 금융기관만 모두 찬성할 경우 75%를 넘게 돼 지원이 가능하다. 金敎榮기자 kimky@imaeil.com

金敎榮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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