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김만삼(금강문 일승도관 관장)

입력 2000-08-24 14:03:00

조선조 말 철종때 이복기라는 사람이 성주 원님으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그 고을에는 황소 한 마리에 의지해 노모를 공양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송씨라는 착한 농부가 있었다. 송씨는 남의 논 서마지기를 갈아주고 나락 한 말을 받아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넓이의 논을 갈아주고 두 말을 받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송씨 때문에 마음이 영 불안했다.

하루는 이웃 농부들이 송씨를 불러 당신 때문에 우리가 두 말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니 같이 받으라고 권유했다. 송씨가 두 말을 달라고 지주에게 청했지만 지주는 "내가 너의 부친과 친구이니 한 말만 받으라"고 거절했다. 마음 약한 송씨는 더 이상 두 말을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이웃 농부들이 모여 모종의 계략을 꾸몄다. 몰래 송씨의 황소 혀를 잘라버린 것이다. 혀 때문에 도무지 먹지를 못한 소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이를 본 송씨는 고을 원님을 찾아가 사연을 이야기하고 범인을 잡아줄 것을 호소했다.

사건 해결에 고심하던 원님은 관가의 업무를 잠시 중단하고 단전호흡을 시작했다. 식음을 전폐하고 호흡 3만번을 한 뒤 고을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송씨에게 황소를 끌고오라고 시켰다. 그런후 모든 고을 사람들에게 한사람씩 황소에게 물을 먹이라고 지시했다. 그 중 한 농부가 물이 든 바가지를 내밀자 황소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원님의 벼락같은 호령이 떨어지고, 그 농부가 자기 소행을 모두 자백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서 사람이 절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의 하나가 단전호흡의 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깊은 호흡은 사람의 뇌세포를 각성시켜 사물을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도와준다. 매일같이 바쁜 일상이지만 하루 1시간이라도 조용히 앉아 깊은 숨을 쉬어보자. 마음이 안정되고 지혜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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