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공적자금조성, 문책부터 하라

입력 2000-08-24 00:00:00

정부여당이 2차금융구조조정 추진을 위해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키로 했다는 결정은 금융불안이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고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된다. 그러나 공적자금 추가조성의 문제는 그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충분히 인정한다해도 정부의 결정과정은 국민의 입장에선 불쾌하고 염치가 없어보인다. 4.13총선전까지만해도 더이상의 공적자금조성은 없다던 정부당국자들이 총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필요하다면 조성하겠다고 말을 바꾸더니 이번에는 8.7개각과 더불어 정식 조성방침으로 돌아서 국민이 우롱당한 느낌이 들어서다. 진념 장관은 "이미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해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최근의 여건변화로 수정할 필요가 생겼다"고만 설명해 정부의 경제주무장관으로서 국민의 혈세로 조성되는 공적자금의 의미를 어느만큼 체감하고있는지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공적자금의 조성은 국회동의 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조성의 필요성과 규모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추가조성문제를 거론하기에 앞서 이미 조성해서 사용한 공적자금의 집행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더이상 필요없다고 했던 것이 필요하게 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충분히 설명하는 게 순서다. 주먹구구식 계산에의한 판단착오가 있었든지,부실사용이 있었든지 추가조성결정에 앞서 국민에게 먼저 사과부터 해야할 것이다. 특히 공적자금이 부실집행됐다면 그와 관련된 기업, 금융기관, 감독기관 등의 책임을 명확히 따져 법적.도덕적 책임을 물어야한다.

그저께 발표된 워크아웃기업 도덕성 해이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것만해도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돈을 쓴 기업과 이를 감독해야할 채권은행.금감원 등의 도덕 불감증의 수위가 위험한 수준임을 보여주었다. 이번 실태조사도 국민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서류감사로만 끝낼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런 상태로는 공적자금이 추가조성된다해도 국민의 혈세만 축날 뿐 구조조정으로 부실을 떨어내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여당은 추가자금을 조성하기위해선 공적자금이 눈먼 돈으로 인식되지않게해야한다. 그러려면 지금까지 투입된 공적자금 64조원을 포함한 107조원의 구조조정자금이 쓰여진 내역과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실집행에대해선 감독당국까지 분명한 책임을 묻고 이를 제도화해야한다. 그런 다음 추가조성규모 산정의 근거를 확실히 하고 해당기업의 자구노력을 강하게 요구해야한다. 특히 국회는 공적자금 추가수요의 불가피성은 인정하되 투명성 확보엔 소흘함이 없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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