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에서 전해오는 담배에 대한 설화는 에로틱하다. 한 남자를 지극히 사랑하는 기생이 뜻을 이루지 못하자 죽어서라도 입을 맞추고 싶다는 소원을 품었다. 그 기생이 죽자 무덤에 낯선 풀이 돋아났다. 그 풀이 바로 담배라고 한다. 입으로 빠는 기호품이 된 연원을 말하는 설화인 셈이다. 담배는 우리 설화에도 그려지고 있듯이 정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권위와 멋, 정한과 여유의 상징으로 여겨져 오기도 했다.
이젠 옛얘기가 됐지만 사랑방에서 들려오는 할아버지의 곰방대 터는 소리는 권위의 상징이었다. 공방대를 소리내어 두드리면 집안은 조용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할머니의 담배는 인내와 한의 출구를 여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대중가요에도 등장하듯이 마도로스 파이프는 여유와 멋의 의미를 지닌 경우다.
담배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지만 1558년 스페인왕 필립 2세가 관상용으로 재배하면서 유럽에 전파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조 광해군 10년(1618년)에 들어왔다. 우리 품종 중 일본을 통해 들어온 것은 '남초' 또는 '왜초'로, 중국 북경이나 서양에서 도입된 것은 '서초'로 불리면서 오랜 세월 동안 기호품으로 자리매김해온 것은 그런 뉘앙스들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담배 애호가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흡연은 건강에 해롭다고 곽에도 적혀 있지만,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직장이나 공공장소는 말할 것도 없고, 가정에서마저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버렸다. 늦은 밤 아파트 베란다의 창가를 서성거리며 담배를 피우는 남성들의 모습은 이제 자연스러울 정도로 세태가 바뀌었다.
이집트 보건성은 최근 '담배 피우는 사람은 관리로 채용하지 않을 것이며, 관리 중 흡연자는 출세길도 막아 버릴 것'이라고 공표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슬람 지도부는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가 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남성의 40%가 흡연자인 나라의 이야기지만 우리에게도 결코 '강 건너 불'은 아닌 것 같다. '담배를 끊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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