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를 가르치나요? 영어 수업은 합니까?" 유아 교육기관을 선택할 때 부모들이 흔히 던지는 첫 질문들이다. 아이가 빨리 한글을 깨우치고 영어회화를 유창하게 했으면 하는 것이 부모들의 당연한 심정. 그러나 전문가들은 엇나가고 있는 유아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답답해 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애정이 유별나다. 부모가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시간적·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애정인지 묻는다. 내 아이를 다른 아이보다 똑똑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의 욕심이 앞선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라는 충고. 지금 나는 과연 내 아이의 수준에 맞춰 잘 교육하고 있는 것일까?
◆학습지
현재 학습지 시장규모는 연간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업체들은 아이가 만 두살이 되면 학습지를 시작하라고 권하며, 그 이전 연령의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학습지도 나오고 있다.
부모들은 가장 손쉬운 교육수단으로 학습지를 고른다. 가격도 비교적 싼데다 가정 방문 교사까지 있어 부모들은 '뭔가 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이가 사물에 대한 추상적인 개념을 배우기도 전에 문자교육으로 들어가면 단기간 효과는 볼 수 있어도 오래 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아이들은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추상적인 개념을 배우게 되는데, 이 과정을 뛰어넘게 되면 기초도 안 세우고 집을 짓는 격이라는 얘기.
요즘엔 학습지에 놀이교구 등을 포함시키는 업체들도 있다. 학습지를 고를 땐 아이의 연령대에 맞고, 언어·표현력·탐색력·신체발달·사회성 등을 골고루 발달시키는 교육방법을 채택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교재교구 고르기
외국에서 들어온 온갖 교재 교구들까지 범람, 부모들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우선 공인기관에서 취급하는 것인지, 교육 효과가 검증된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가정 방문 교사가 있을 경우 교수방법을 제대로 익히고 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처음부터 욕심 내 수백만원 짜리 교재교구를 구입했다가 제대로 사용도 못 해보고 처박아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원래 아이들의 관심은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씩 구입하는 것이 좋은 선택. 이것이 힘들 경우 집안에 감춰놓고 아이가 관심을 보일 때 조금씩 꺼내주는 것도 좋다.
비디오는 가능하면 아이와 함께 견본을 본 뒤 아이가 흥미를 느끼고 교육 효과가 있는 것을 골라야 실패하지 않는다. 비디오를 통해 문자를 가르치고 연습 시키려는 엄마들이 많지만, 어디까지나 보조 기재로 삼는 것이 좋다.
요즘엔 컴퓨터 CD롬을 이용하는 부모들도 적잖다. 그러나 고를 때 쉽게 인스톨되고 무조건 따라 하라는 식의 것 보다, 상호작용이 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놀면서 교육이 되는 유형의 것이 좋으며, 동작이 너무 현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안 좋다. ◆주입식 교육은 피해야
조기 영어교육 붐이 일고 있지만, "아이 엠 어 보이"(I am a boy)하며 따라 하라는 식의 주입식 교육은 안하는 것만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 미술 가르치기도 마찬가지. 아이가 그림을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를 먼저 따질 게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그림을 통해 자유롭게 표현하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한글 조기교육 영향으로 서너살만 돼도 책을 줄줄 읽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부모가 대화체로 동화책을 계속 읽어 주는 것이 정서·언어 발달과 상상력·창의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아이가 읽는 도중에 질문을 던져 이야기의 흐름을 깨더라도 막지 말고 성의있게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이현순 교수(계명문화대 유아교육과)는 "언어·사회성 등 아이의 발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부모가 먼저 살펴본 후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채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또 "문자 세대인 부모와 달라 영상세대인 아이들이 21세기 사회에서 능력을 발휘케 하려면 단순한 문자교육 보다 창의력·상상력·사고력·리더십·사회성 등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金英修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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