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 포인트-말콤 글레드웰 지음

입력 2000-08-22 14:14:00

최근의 '3행시 시리즈'를 필두로 '사오정 시리즈' '최불암 시리즈' 등은 어떻게 해서 떴을까? 세태를 반영하는 유머 시리즈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컴퓨터 통신, 입소문 등으로 인기를 얻다 방송을 탐으로써 폭발적 전염현상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 그러나 뜨는 과정은 더욱 복잡할 것이다. 단순히 방송 출연으로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됐다는 사례와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말콤 글레드웰 지음, 임옥희 옮김, 이끌리오 펴냄, 336쪽, 1만2천원)는 바로 상품이나 사회현상 등이 극적으로 뜨는 과정을 살핀 책이다. 하나의 상품이 뜨는 데는 치밀한 기획과 마케팅이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책은 그러한 교과서적인 분석 대신 무언가 다른 것을 찾아 내놓는다. 뜨기 위해 의도적 노력이 가해지는 대상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하고 자연발생적으로 뜨는 대상을 탐구, 극적이며 비할 데 없이 흥미진진한 과정과 거기에 필수적으로 개입된 요소들을 결과물로 제시한다.

미국에서 한때 유행했던 허시파피 캐주얼화는 90년대 중반 매출이 뚝 떨어져 브랜드의 종말을 맞이하고 있었다. 대도시 매장에서 쫓겨나고 유행에 둔감한 시골 매장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94년 말에서 95년 초 허시파피는 갑자기 판매 폭증 현상을 보이며 되살아났다. 제조회사가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그랬다. 그 과정은 놀랍기만 하다. 뉴욕 뒷골목의 청소년들이 다른 이들이 신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신발을 신기 시작했고 이를 본 영향력있는 일부 디자이너들이 패션쇼에 이 신발을 등장시킴으로써 '전염 현상'에 불을 붙이기 시작,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균형이 깨어지고 우세한 세력이 형성되는 상태를 일컫는 티핑 포인트는 마당발(책에서는 커넥터), 생활상식 및 지식박사(메이븐), 설득력 강한 세일즈맨 기질의 사람들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대인관계에서 신뢰성과 영향력을 지닌 사람들이 입소문을 퍼뜨리고 다른 사회적 요소들이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별 효과 없는 행정기관의 캠페인, 막대한 홍보비용으로도 성과를 얻지 못하는 회사 담당자들은 이 책의 참신성에 매료될 수 있다. 호기심 왕성한 지은이는 이색적인 주제의 책으로 미국내에서 큰 반응을 얻음으로써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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