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빨간색 간판을 규제하는데 대한 이해 당사자들의 견해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도시 미관과 시민 정서상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고 반대하는 기업가들은 '간판 교체는 기업전체의 이미지 통일 작업(CI)을 다시 해야 하고 경제적 손실도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색.적색류 논란
판을 바꿔야 하는 업체들은 왜 유독 대구시만 빨간색 간판의 개념을 확대.적용하느냐고 반발한다. 다른 시.도의 경우 빨강 원색이 아니면 규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모 구청 직원은 "한 다국적 기업에서 우리는 원색이 아니므로 규제에서 제외해줄 수 없느냐는 제의가 있었다"며 "서울에서는 받아들여졌는데 왜 대구만 안된다고 하느냐며 따지더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단호하다. 빨간색 간판을 규제하는 목적은 도시 미관과 시민 정서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원색이 아니라는 이유로 빨간색류 간판을 허용하면 조례를 만든 취지가 없어진다는 것. ◇기업 대응
빨간색 로고를 사용해오던 국내 대기업들은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빨간색 간판을 규제하자 대부분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빨간색 바탕에 흰색 글자를 쓰는 기아자동차는 글자 크기를 키워, 빨간색 비중을 낮췄고 한빛은행도 마찬가지. 이 두 기업과 롯데리아는 이번 기회에 기업 CI 변경을 추진중. LG는 간판의 바탕색을 빨간색에서 흰색으로 바꿨다. 반면 다국적 기업들의 대응은 강경하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한EU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구명을 요청하는 한편 본사 차원에서 대처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한국에 170여개 매장을 갖고 있는 맥도날드 한국본사 관계자는 "로고.간판은 기업의 생명인데 어떻게 지방자치단체에서 변경하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영국 본사(테스코)에 상황을 보고하는 한편 다른 다국적기업들의 대처를 지켜보고 있다. 돌출간판은 바꿀 계획. 다국적기업이나 국내 대기업들은 "상표권이 등록돼 있고 기업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경우 예외 규정을 인정해주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시내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점포들과는 차별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대구시는 "대기업.다국적 기업이나 소형 점포 모두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인데 어떻게 한쪽은 봐주고 한쪽은 단속하란 말이냐"며 불가하다는 입장. 하종성 대구시 도시정비과장은 "맥도날드가 지난해말 프랑스 파리에서 간판 변경문제로 파리시 당국과 법정다툼까지 벌였지만 패한 사실이 있다며 다국적 기업도 국내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견해
이원섭 경북대(시각디자인)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빨간색을 별로 안쓴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강력히 규제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금우 계명대(시각디자인)교수는 '간판문화 대신 번지문화'로 방향전환을 촉구했다. 간판 때문에 잘 지은 건물들이 모두 죽고 있다는 것. 당장 어렵다면 크기를 지금보다 대폭 줄여 건물과 도시 미관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방침
반발은 예상했기 때문에 조례대로 밀고 나간다는 입장. 우대윤 광고물관리계장은 "적색만 규제한 다른 시.도와 적색류를 규제한 대구시의 환경이 3년후 어떻게 나타나는지 지켜보라"며 "공익 목적을 위한 것에 시민들이 최대한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崔正岩 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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