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봉사단이 3주를 마쳤다. 쉽지 않은 한 주였다. 광복절 때문에 월요일로 강의가 바뀐 것을 몰랐다며 머리를 긁거나, "방학도 다 끝나가는데 제대로 놀지도 못해서요"라고 말꼬리를 흐리며, 일부 학생들은 자리를 비웠다 채웠다 들쭉날쭉이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학생들은 모처럼 온 기회에 무서울 정도의 집념을 보였다. 무더위와 빗줄기가 오며가며 괴롭히는 날씨 속에서도 너무나 열심이었다. 이에 질세라 60세 전후의 퇴직 교사들은 한순간도 기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후6시부터 열리는 논술특강에서도 학생들과 강의를 맡은 윤일현 일신학원 진학지도실장 모두 진지함을 놓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교사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개인적인 상담이 부쩍 늘어났다. 진로선택이나 선택과목 문제, 대학입시 세부사항, 공부방법 등 학생들은 다양한 걱정거리를 털어놓았다. 교사들이 '내 제자'라는 생각으로 성실하게 의논해준 것도 학생들의 발길을 끈 계기가 됐다.
1차 강의를 한 주 남겨두고 학생들에 대한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문제점 진단과 2차 강의 계획 마련을 위한 것. 박희무 단장이 만든 조사지가 돌려지고 학생들의 손에서 다시 넘겨받을 때는 산전수전 다 겪은 '명강사'들도 마치 성적표를 받는 아이들처럼 조바심을 냈다.
조사결과 학생 개개인의 만족도는 높았으나 학습봉사단 전체 운영으로는 '절반의 만족' 정도로 자체 평가됐다. 1차가 무사히 끝나리라는 여유를 갖기보다 2차 준비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기 위해 기준을 엄격하게 세운 때문이었다.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국어, 수학, 영어 3개 과목 가운데 학생들의 아쉬움을 산 시간은 하나도 없었다. 논술특강 역시 3분의2 정도의 학생들이 상당히 도움됐다고 대답했다.
불편하거나 아쉬운 점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가장 큰 불편은 장소 문제였다. 강의가 이루어지는 대구교육정보센터는 깨끗한 시설과 조용한 환경에도 불구, 교통편이 좋지 않고 대구 한쪽에 치우친 게 흠으로 지적됐다. "많이 걸어도 200m 안쪽인데…"라던 봉사단의 초기 낙관은 걸어 다니는데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의 생각과는 차이가 컸다.
2차 강의 개설을 위한 기초적인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도 다양했다. 듣고 싶은 과목은 수학, 영어, 국어, 논술 순이었고 과학 과목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시기적으로는 이번처럼 오는 겨울방학 때 지금 방식대로 주3일씩 하는게 좋겠다는 응답이 60%를 차지했다. 2학기중에 하자는 학생들도 주3일 하루2시간씩 하자는 쪽과 주말 6시간씩 하자는 쪽으로 나눠졌다.
분분한 학생들의 의견에도 불구, 교사들은 "장소와 시간 문제만 학생들 입장에 맞추면 2차는 참가학생 숫자를 더 늘리고 어느 시기에 해도 성공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을 고무시킨 것은 2차 강의가 열리면 듣겠다는 학생이 90%나 된다는 점이었다. 또 소감이나 건의사항을 쓰라는 난에 대부분 학생이 큰 감사를 표시한 것도 예상 밖의 일이었다.
박희무 단장은 "1차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이처럼 좋을 줄은 몰랐다"면서 "2차 강의 계획을 잡기 위해 교사들은 물론 대구시 교육청을 비롯한 여러 교육관련 기관들과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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