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확대·정례화…상봉보장 급선무

입력 2000-08-18 14:15:00

7천만 남과 북의 겨레를 울렸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8·15 남북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18일 3박4일의 짧은 일정으로 막을 내렸다. 서울로 왔던 북쪽 사람들은 평양으로 돌아갔고 평양을 찾았던 남쪽 사람들은 다시 서울로 왔다. 재이산의 아픔에 몸서리치는 가족들의 눈물을 뒤로 한 채. 민족 최대의 비극적 드라마를 지켜본 국민들도 함께 감격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남과 북이 갈린 냉엄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하나가 됐다.

반세기만의 만남이었지만 진정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의 문제점과 과제를 짚어보고 향후 지속돼야 할 만남들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

85년에 이어 15년만에 재개된 남북 상호방문단이 18일 각각 서울과 평양으로 되돌아갔지만 짧은 3박4일간의 이산가족 상봉은 적잖은 문제점과 과제를 던지고 있다.7천만 겨레를 울게 만든 드라마틱한 장면과는 달리 200명의 이산가족은 재이산의 아픔에 눈물을 흘렸다. 이번 상봉은 본질적인 한계를 안고 시작됐다. 그래서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와 지속적인 상봉의 보장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우선 상봉단의 규모와 방식부터 크게 바뀌어야 한다. 현재 각각 100명씩 매일 이산가족 상봉단을 교환한다해도 남측의 이산가족 767만명이 모두 북한을 방문하려면 2년이 걸린다. 70세 이상 이산가족들이 해마다 1만명 이상씩 세상을 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식이라면 머지않아 이산가족 1세대의 상봉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상봉단의 규모를 확대하고 상봉기회를 정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향민들은 "수십년간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고픈 통한의 심정은 누구나 마찬가지"라며 "모든 이산가족들이 혈육을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상봉의 장소를 서울과 평양으로 제한한데다 호텔 등으로 제한한 것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100세에 가까운 부모들의 상당수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하루쯤은 산소를 찾거나 고향 방문의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남쪽에 있는 어머니를 만난 김옥배씨는 "50년만에 만난 어머니에게 따뜻한 밥이라도 지어주고싶고 하룻밤이라도 어머니품에서 자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5년만에 이뤄지는 교환사업이라는데 의의가 있지만 냉정하게 따지자면 인력과 물자, 행정력이 과도하게 투입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성 행사를 줄이고 가족들끼리 차분히 상봉하는 시간을 보다 많이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상봉방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날 수 있는 가족의 수를 5명으로 제한한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당국은 5명 이외에도 교대로 가족들이 만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해 릴레이 상봉이라는 편법을 쓰기도 하고 깜짝상봉 방식이 적지않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시 남북으로 돌아간 이산가족들은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기약할 수가 없다.지난 85년 평양을 다녀온 김성엽(69)씨는 "첫 상봉 이후 만남은 고사하고 편지조차 교환할 수가 없었다"면서 "상봉이 1회에 그치면 더 큰 고통만 주게 된다"고 말했다.

다시 북으로 돌아간 조주경씨와 계관시인 오영재씨는 "이산가족 면회소와 만남의 정례화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통신, 서신교환과 전화통화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徐明秀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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