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서 최고 권위의 정당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필자가 지난 7월31일 미국 필라델피아의 공화당 전당대회를 돌아본 감회가 아직도 생생한데. 특히 어제 끝난 민주당 전당대회, 그리고 오는 8월30일 개최될 한국의 새천민주당의 전당대회 준비상황과 비교해 보면 참으로 느끼는 바가 많다. 세 정당이 비록 그 역사나 성격이나 색깔에 있어서 차이가 있으나 이들 전당대회는 한결같이 그 당의 최고 의결기관으로 가장 중요한 행사이다. 이번 미국의 전당대회는 대통령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명하는 자리이고 우리 나라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최고위원 경선의 자리다.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미국전당대회의 장점을 찾아보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새겨보자.
이번에 공화당은 클린턴시기에 땅에 떨어진 백악관의 권위를 회복시키기 위해 부시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주장 아래 그의 고결한 인품을 내세우기 위해 철저히 상대방 정당과 인물에 대한 비방을 자제하였다. 전당대회 무렵 부시 후보에 대한 클린턴의 공격에 대해 부시 아버지가 이런 비난이 계속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후 이것이 상대방을 비방하지 않겠다는 부시의 선거전략과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아버지가 자신의 발언어 너무 지나쳤다고 사과할 정도였다. 미국이나 한국에서 정치적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이 일반적이 현상인데 공화당이 비록 선거전략에서 나온 것이지만 전당대회에서 소위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지 않은 점은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것이 아닌가?
우리 민주당의 경선 주자들도 당이니 상대방에 대한 비방보다 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비전과 개혁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한편 미국 민주당의 고어는 경제 문제에 관해서는 클린턴의 공로를 강조하면서 그와 동일시하려고 하지만 그의 여자 스캔들 때문에 그와 멀리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고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에 대해 제일 먼저 그를 직접 공격한 리버만을 부통령후보로 지명하였다. 우리나라 민주당의 지도부도 비슷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경선주자들의 당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면 당이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언로나 득표행위를 막자니 비민주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결국 지도부가 단기적인 처방으로 당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출마자들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리버만과 같은 인물이 나올 수 없고 구태의연한 정치만이 계속될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주목을 받았고 또한 남다른 각오를 보였던 386세대를 비롯한 초선의원들이 정치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국회 날치기 통과, 공전 등 구태정치 앞에서 무력해져가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우리나라 민주당 지도부가 모든 것이 잘되어 가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전당대회의 각본을 만드는 경우 오히려 당원이나 대의원들의 불만이 더욱 쌓이게 되어 결국 당내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 아닌가?
미국의 전당대회가 일반적으로 각본에 따라 진행되지만 이러한 각본은 예비선거 등을 통해 유권자나 일반 당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조정한 결과다. 따라서 8.30전당대회를 계기로 당을 쇄신시키려는 민주당은 부자연스런 하향식 미봉책보다 당내 비판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경선 주자들이 당을 이끌어 갈 자신의 비전과 개혁 방안을 놓고 대의원들과 공개적으로 토론하면서 투명한 방식으로 그들의 지지를 확보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우리나라 정당이 환골탈태하여 명실상부한 대중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를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전당대회를 보면서 제대로 된 정당이 없는 나라에서 필자가 정당전문가가 되려는 것이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한림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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