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의 만남도 억울한데 왜 이렇게 제한이 많나요

입력 2000-08-17 12:16:00

분단 반세기만의 역사적 이산가족상봉이 고향 및 친척집 방문 불허, 상봉단 규모 및 상봉가족수 제한, 짧은 일정 등으로 이산가족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안겨주고 있다.

따라서 고령에 이른 1세대 123만명을 포함 700만 이산가족의 한을 씻기 위해서는 남북 당국이 하루빨리 상봉규모의 확대 및 정례화, 면회소 설치, 고향방문 등의 후속 대책을 협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상봉 이틀째인 16일 뜨거운 혈육의 정을 나누며 꿈같은 시간을 보낸 남북의 이산가족들 상당수는 부모의 사망소식에 가슴을 쳤지만 일정 통제에 따라 성묘조차 못하고 숙소에서 제사를 지내며 고향땅을 밟지 못한데 대해 애닳아 했다.

평양에서 여동생 김정숙(63)씨를 만나고 있는 김각식(71.대구시 달성군 다사읍)씨는 "함남 북청에 묻힌 부모님을 조금이라 도 가까이에서 모시기 위해 지난달 17일 금강산 관광길에 소주와 과일을 두고 간이제사를 지내다 안내원의 제지를 받았다

" 며 "이번 방문에서 부모님 산소라도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테"라고 아쉬워했다.

50년만에 서울에 온 권중국(68)씨도 동생 중후(60.경북 영주시 풍기읍)씨로부터 3년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비통해하며 호텔방에서 동생이 가져온 어머니 영정과 고향집 사진을 놓고 절을 했다.

북한에서 온 서울방문단 상당수 역시 "민속관 관람이나 만찬도 좋지만 고향땅을 밟고 부모님 산소와 가족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싶다 "고 했다.

헤여져 살아온 북쪽 가족을 만난 감격에 젖어 있는 남쪽 이산가족들은 한결같이 "참으로 힘겹게 만난 피붙이를 집으로 초대 해 따뜻한 밥 한끼 대접못한다는게 너무 안타깝고 괴롭다. 상봉시간도 너무 짧다"고 아쉬움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상봉 가족수를 5명으로 제한, 북쪽 숙소인 서울 쉐라톤 워커힐호텔과 단체 상봉장인 코엑스에는 연일 북쪽에서온 혈육을 만나려는 이산가족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북에서 온 김치효(69)씨는 형 치려(75.대구시 북구 태전동)씨에게 "조카와 형수들도 만날 수 없느냐"고 했고, 최봉남(70.여 )씨 역시 남쪽 동생 재구(65.대구시 달성군 서재리) 씨에게 "고향의 조카와 재수씨도 보고싶다"며 상봉인원수 제한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평안남도민회 대구지부 총무를 맡고 있는 윤사갑(70.대구시 서구 원대동)씨는 "대구.경북 20만명을 포함해 700만명이 넘는 이산가족들이 이번 상봉을 반기면서 모두들 북쪽 가족들을 하루속히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씨는 "한번에 100명씩만 만나도록 한 현 방식으로는 120만명이 넘는 이산가족 1세대만의 한을 풀기에도 너무 비현실적이다. 방문단 규모 확대와 정례화, 면회소 설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북도민회 대구사무소에는 지난 15일 이산가족 상봉이후 하루 2~3건씩 방문신청서가 추가로 접수되고 있으며 17일 현재 650여명이 신청한 상태다.

金炳九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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